[키즈·틴틴] 북스쿨 인물전-이야기 앨범 1,2,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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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쿨 인물전-이야기 앨범 1,2,3
에드몽 보두 엥 외 그림, 이경혜 옮김
계림북스쿨, 각권 40여쪽, 각권 8500원

“그림은 집이나 꾸미라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적과 맞서서 싸우고, 또 나를 지키는 하나의 무기입니다.”

현대 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는 자신의 예술관을 이처럼 명료하게 표현했다.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다룬‘게르니카’의 배경에는 이런 작가의 믿음이 녹아 있다.

“나는 웃음과 눈물에 증오와 폭력을 고쳐주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명배우 찰리 채플린이 남긴 이 말은 ‘황금광시대’‘모던타임스’‘위대한 독재자’ 등 수많은 걸작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이처럼 어떤 인물이나 작품을 이해하려 할 때 후대의 평가보다 그 인물이 남긴 말 한마디가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27년간의 수감생활 끝에 석방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지도자 넬슨 만델라가 늙고 주름진 모습으로 거대한 환영 인파 앞에 나타나 주먹을 치켜드는 모습을 담은 사진은 그의 일생과 투쟁을 설명하는 백 마디 말보다 감동적이다.

『이야기 앨범』시리즈는 이런 점에 포착한 20세기 인물들의 전기다.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평가하는 대신 그 인물이 남긴 말과 사진· 작품을 통해 직접적으로 일생을 드러낸다. 한장 한장 넘어갈 때마다 시대를 훌쩍 건너뛰는 비약감은 마치 중요한 순간의 사진들만 모아놓은 오래된 앨범을 꺼내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피카소·채플린·만델라 등 인물 선정에서 진보적인 색채가 강하다. 그러나 책 속에서 일관되게 강조되는 것은 이들이 설파한 평화주의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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