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여직원들 미팅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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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포구청 제공

지난 23일 저녁. 서울 마포구청 9층 중회의실. 평소에는 구청 행사나 주민 세미나가 열리지만 이 날은 구청 여직원들의 ‘복지행사’ 장소로 꾸며졌다. 복지 행사의 내용은 바로 '미팅'

마포구청 여직원회 ‘한마음회’는 미혼 회원 12명의 미팅을 주선했다. 상대 남성들은 상암동 DMC에서 ‘잘 나간다’는 LG CNS 소속 남직원들. 섭외에 한 달이 걸렸다. 비용은 150여만원이 들었다. 참가자들에게 2만원씩의 참가비를 걷고, 나머지는 전액 한마음회에서 부담했다.

결혼정보업체 커플매니저의 사회로 이들 남녀는 사랑의 작대기, 빙고게임, 퀴즈게임 등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가 끝날 무렵에는 서로 마음에 드는 이성의 이름을 3순위까지 적어 즉석에서 커플을 맺어주기도 했다. 이날 세 커플이 탄생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28일, LG CNS의 일부 ‘선배’들이 마포구청 여직원회에 감사 메시지를 보냈다. 연말을 맞아 외로운 후배들에게 훈훈한 자리를 만들어 준 것에 대한 감사인사였다. LG CNS 언론홍보팀 김종욱 과장은 “연말을 맞아 업무 스트레스가 많았을 미혼 후배들에게 좋은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심순자(59ㆍ문화체육과) 한마음회장은 “여성 공무원들의 결혼시기가 늦춰지면서, 복지차원에서 단체 미팅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라며 “앞으로 짝을 못 찾은 후배들의 복지를 위해 미팅을 자주 치를 참”라고 말했다.

미팅에 참가하지 않은 한 여직원은 “주위 선배들이 참가를 권유할 때 신청할 걸 그랬다”며 후회하기도 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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