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사랑의 호스피스’ 심석규 회장 “감사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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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환자를 돌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10여 년 호스피스 일을 해 와 괜찮지만 처음 자원봉사에 나서는 사람은 당황스럽고 고통스럽다. 두려움에 싸여 환자들이 신경질을 낼 때, 그들의 대소변을 받아줘야 할 때, 슬픔에 잠긴 환자를 위로할 말이 없을 때….

분당의 한 교회 신도들이 사랑의 호스피스 평안의 집에 격주 한 번씩 봉사를 온다. 그들은 늘 즐겁게 준비하고 그 날을 기다린다고 한다. 도착하면 조별로 할 일을 정한 후 각 병실로 들어가 열심히 봉사한다. 우리에게 식사 준비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점심용으로 김밥을 직접 만들어 온다. 게다가 환우를 위해서 따로 호박죽, 떡과 과일 등까지 준비한다. 어느 분은 입맛 떨어진 환우를 위한 된장국을 끓여 오기도 한다. 환자를 가족처럼 생각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를 지켜보는 나는 감사한 마음뿐이다. 또 이 아름다운 봉사를 매일 볼 수 있어 감사하다.

“1. 섬겨야 할 말기 환우는 모두 불안함·두려움·고독감에 휩싸여 있어 우울하고 때론 분노할 수도 있음을 자각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성숙한 자제를 견지해야 한다 2. 환자의 성품·아픔까지 고려해 전적으로 편견없이 받아들이는 포용력을 갖는다….”

이같이 어려운 호스피스 기본 자세를 꿋꿋이 지키는 자원봉사자들이 눈물겹도록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매주 한 번 들러 환자들을 위해 예배 드리는 목사님이 있다. “이곳의 환우 중 다음 주면 못 만날 분이 있어 항상 성심껏 예배한다”고 말한다. 늘 ‘마지막 설교’로 여기는 목사님이 다시 못 볼 환우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설교다.

어느날 오래 전 퇴원한 환자의 가족에게서 소포가 왔다. 짧은 편지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지난주 어머니가 위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쓰시던 약품이 그대로 있어 평안의 집에서 쓰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연락했습니다. 앰플(타가메트와 맥페란)은 지난달 간호사가 갖다 주신 겁니다. ”

여러가지 의료용품이 정성스럽게 포장돼 종류 별로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기구들과 주사·진통제 등이었다. 이들 용품을 보니 “환자가 얼마나 모진 아픔을 겪다 세상을 떠났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눈물이 핑 돌았다. 가족들 또한 환자만큼 큰 아픔을 겪었으리라. 쓰다 남은 용품을 정리하면서 또 굵은 눈물을 흘렸겠지. 그 아픔이 전해지는듯 했다.

가정 방문해 도왔던 환자 가족들로부터도 쓰고 남은 물건들이 전달되곤 한다. 그 물건 하나 하나에 고인과 함께 한 가족의 아픔과 정성이 배 있다. 대개 아픔을 되새기기 싫어 불태우는 경우가 많지만 형편이 어려운 다른 환자에게 쓰여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리한다. 산지 얼마 되지 않은 침대, 욕창방지용 공기 매트, 한 두 개만 쓴 일회용 기저귀 세트 등. 물건도 고맙지만 그 마음 씀씀이가 더욱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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