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사계] 짭짤한 화장실 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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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에서 화장실 사업이 뜨고 있다. 유료 화장실을 운영하는 게 웬만한 기업을 하는 것보다 돈벌이가 더 낫기 때문이다.

서울로 치면 명동격인 베이징(北京) 시내 왕푸징(王府井). 지난 5월 왕푸징 관리위원회가 이곳 상점과 기업 2백여개의 1999년도 경영상황을 조사한 결과 적자를 낸 곳이 전체의 33.8%나 됐다.

이익을 냈지만 1인당 이윤이 연간 1만위안(약 1백22만원)이 안되는 곳이 40.9%였다. 올해 1~2월에도 월 1천위안 이하를 버는 곳이 70%로 조사됐다.

그런데 하오유(好友)상가 남쪽 유료 화장실이 놀랄만한 성적을 올렸다. 종업원 10명이 각각 한달 평균 1천위안 이상의 수입을 올린 것이다. 이 정도면 왕푸징에서 연간 이윤을 1인당 1만위안 이상 올리는 고수익 업체 30%에 들어간다.

화장실 이용료는 0.3위안. 하지만 8백10m에 이르는 왕푸징 거리엔 유료 화장실이 다섯 곳뿐이다. 하루 평균 25만명, 노동절 같은 휴일엔 최고 90만 인파가 몰리는 점을 고려하면 돈버는 게 당연하다. 비단 베이징의 왕푸징뿐만 아니다.

지난 5월 쓰촨(四川)성 성도(省都) 청두(成都)시 우허우(武侯)구는 구가 관리하는 58개 공중화장실 중 10개를 민간에 넘기기 위해 모집공고를 냈다.

환경사업을 사랑하고 준법정신이 강한 신체 건강한 남녀로 중졸 이상 학력을 갖춘 18~50세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1백52명의 지원자가 몰려 1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대졸 출신자들도 상당수였다.

지난 5월 30일 우허우구는 가장 목이 좋은 화장실에 대해 경영권 양도 대가로 매달 3천4백58위안을 받기로 하고 입찰을 마감했다.

중국의 경제일보(經濟日報)는 '미옌즈(面子.체면)' 를 중하게 여기던 중국인들 직업관이 실리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유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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