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고3 1년 계획짜기 ③ - 자기주도학습 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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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와 정시 중 어떤 대입전형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고3의 연간학습계획은 달라진다. 내신성적이 전교 최상위권을 달리는 고석민(남강고 2)군은 수시전형을 생각중이다. 그는 “의대를 목표로 하는데, 수시와 정시전형 중 어떤 것이 유리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시전형을 준비하려는 오승원(남강고2)군은 내신보다 수능등급이 2등급 더 높다. 오군은 “단순암기가 많은 내신시험보다 수능공부가 더 재미있다”며 “정시로 상위권대 이공계과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바른 선택일까. 전문가에게 물었다.

[공통] 전략적 선택으로 노력·시간·성적 낭비 줄여야

“수시전형으로 의대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수험생이 정시전형에 지원해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노력과 성적을 낭비하는 전형적 사례죠.” 비상공부연구소 박재원 소장은 예비 고3이 올 겨울 방학 동안 가장 먼저 해야할 일로 ‘목표대학과 지원 유형 결정’을 꼽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치른 내신시험과 모의고사 성적표를 분석해 대학입시에 유효한 성적 분석표를 만드는 작업이다.

‘수시형’은 내신 성적이 수능 성적보다 좋거나 수능 영역별 등급이 편차를 보일 때 선택한다. 이에 비해 수능전 영역이 고른 성적 분포를 보이는 경우 ‘정시형’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성적 비교로 유형을 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내신보다 수능성적이 좋아도 영역별 편차가 2등급 이상이라면 오히려 정시전형에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소장은 “확실한 정시형은 ‘내신보다 수능 등급이 2등급 이상 높고 모든 영역에서 고른 성적 분포를 보이는 경우’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며 “수시형의 경우 대학별고사가 요구하는 주관식 문제해결 능력과 자기 의사표현 연습도 필요하므로 각각의 장단점을 잘 이해한 뒤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간 낭비를 줄이는 연습은 고3에게 필수적이다. 막연하게 오랫동안 책상 앞만 지키고 있다든가, 자신의 취약점을 모른 채 단순한 문제풀이만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 문제를 왜 틀리는가’ 고민하되,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느낌에만 만족하고 있지 않은지 수시로 자신을 점검해 본다.

[수시] 방학 중 대학별고사→학기 중 내신 집중

‘수시형’은 내신과 수능, 그리고 논·구술 같은 대학별고사의 공통분모를 찾아서 정리하는 방식의 학습이 필요하다. 수능은 최저학력기준 통과를 목표로 취약한 영역보다는 잘 하는 영역 중심으로 학습전략을 세운다. 대학별고사는 고2 겨울방학부터 준비한다. 논·구술을 미리 한번 정리해두면 심리적 부담감도 덜하고 연말에 부족한 시간을 수능 학습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 보충수업 진도를 따라 대학별고사와 연계하면 수능 개념까지 심화학습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에듀플렉스 이병훈 이사는 “문학·비문학의 제시문 하나를 활용해 배경지식 습득(내신)→단락 연습(수능)→중심내용 파악(수능)→제목 붙이기(수능)→논·구술 연습(대학별고사)까지 학습할 수 있다”며“평소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내신과목도 미리 집중학습하라”고 말했다.

학기 중엔 3학년 1학기 내신에 승부를 건다는 생각으로 집중한다. 예습을 중심으로 학습계획을 짜면 내신관리에 투자하는 시간을 상대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 목표 대학에서 반영하는 과목을 확인하고 과목별 가중치가 있는지의 여부도 점검한다.

교과서의 학습문제를 논·구술 유형에 맞춰 풀어보는 습관은 학기 중 대학별고사의 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박 소장은 “학교 선생님이나 EBS 무료첨삭 교사진을 활용해 꼭 첨삭을 받아보라”며 “교과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유용해 내신성적 상승에도 효과가 높다”고 조언했다.

[정시] 수능출제 매뉴얼 이해→장기적 계획 짜고 실천

수능 성적을 올리기 위해선 ‘수능출제 매뉴얼’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출제자가 참고하는 출제기준을 제대로 알아야 그 중에서 자신이 부족한 영역을 찾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리영역의 경우 ‘계산·이해·추론·문제해결 능력’으로 출제기준이 구분된다. 박 소장은 “문제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이해능력이, 공식을 잘 적용하지못한다면 추론능력이 부족한 것”이라며 “집중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연습해서 빈 공간을 메울 때 수능성적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수능 성적을 올리는 과정은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언어영역에서 제한시간 내 제시문을 읽는 능력이나 수리영역에서 기본 계산을 할 줄 아는 능력은 수능에서의 ‘체력’에 해당한다. 설명문을 읽고 정확하게 이해하거나 수학문제의 뜻을 이해하는 능력은 ‘기본기’라 할 수 있다. 박 소장은 “체력과 기본기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모의고사 문제풀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두 가지가 제대로 갖춰졌을 때 문제에 자신의 지식을 적용해 풀어가는 ‘개인기’를 연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시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사항은 ‘장기적’계획을 짜고, 실천하는 것”이라며 “남들이 뭘하든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실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결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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