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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을 사로잡는 스펙은 무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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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에 무조건 쌓지 마라

“방학 땐 수능 영어 말고 토익이라도 하나 보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 친구 중 외고 다니는 애들은 경시대회다, 해외 봉사다 바쁜데 저희 애만 뒤처지는 것 같아요.” 방학을 앞두고 학생의 방학 계획을 상담하러온 한 학부모의 말이다. 입학사정관제 도입 전형 합격자들의 인터뷰와 스펙이 중요하다는 기사가 쏟아지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마음은 모두 불안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불안감과 조급함만 가지고 ‘스펙 관리’의 첫 걸음 떼는 것은 좋지 않다.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쌓지 마라

지난 2회 연재 (‣보기) 에서 언급한 대로 학생의 최종적인 커리어를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 이유를 여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필자는 방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이번 방학은 꿈을 결정하는 시간으로 삼아라.’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무조건 합격만을 노린 스펙’보다 ‘나의 최종 꿈을 위한 적극적인 준비로서의 스펙’이 더욱 효율적이고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주변에 휩쓸려 쌓는 것은 의미가 없다. 친구가 나와 똑같은 학교 똑같은 학과를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설령 그렇다 해도 친구와 내가 똑같은 성격을 갖고 똑같은 인생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입학사정관제는 여러 입학사정관이 ‘한 명’, ‘한 명’의 학생을 놓고 의논하고 사정하는 제도이다. 몇 점부터 몇 점까지의 여러 학생을 놓고 점수로 조합하여 거르는 방식이 아닌 만큼 준비하는 학생도 ‘나 한 명의 학생을 두고’ 얼마간의 시간을 내어 줄 입학사정관에게 나만의 계획과 발자취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참고할 경험담’은 있어도 ‘따라할 모범적 사례’는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소신 있게 계획하는 것이 좋다.

기본에서 특성화의 순으로 계획하라

학생이 원하는 진로와 직업에 대한 탐색이 끝났다면 그 직업을 ‘얻기’ 위해 어떤 능력이 필요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그리고 그 진로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고민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는 특기자 전형과 같은 것이 아니기에 현재 프로 직업인에 버금가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자신의 현재 상황을 ‘그 길로 걸어가는 과정’이라 확실하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예를 들어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학생이 있다면 지금 당장 ○○문학상에 도전하여 등단하거나 어떻게든 책을 몇 권 출간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는 것은 시간낭비가 될 것이다. 그것보다 소설가가 되기 위한 기본 자질은 국어 실력이라 생각하여 국어 교과를 열심히 공부하고, 이것이 우리말 체계와 다양한 어휘에 대한 흥미로 이어져 ‘한국어 능력 인증 시험’을 준비하고, 글을 쓰고 편집하여 독자들에게 읽혀지는 과정을 체험해보고자 학교 교지를 만들어 보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또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는 것이 기본이라 생각하여 문학 관련 기사를 매주 스크랩해서 자신의 평을 적어놓은 자료를 모아 보거나, 작가들의 세계에 대해 알고자 작가 대담회에 수시로 참가하여 그곳에서 오간 토론 내용을 꾸준히 기록하는 것도 좋다. 자신이 원하는 일에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일에서 성공하기 위해 청사진을 그려보는 과정은 자연스레 심층면접의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려 불안으로 쌓은 스펙이 아니라 스스로의 고민으로 준비한 스펙이라면 누가 묻지 않아도, 일부러 꾸민 답변을 준비하지 않아도, 그동안 자신이 준비해온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질 테니 말이다.

스펙은 학창시절의 발자취

학생에게 스펙은 ‘학창시절의 발자취’이다. 요즘 흔히 쓰는 스펙이란 말은 Specification에서 왔지만 그것의 본래 뜻인 ‘기계나 컴퓨터의 성능을 적은 명세서’와는 이미 의미가 다르다. 컴퓨터나 핸드폰처럼 현재 가진 능력(사양)을 일목요연하게 나열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어떤 한 지점을 향해 수험생이 걸어온 과정을 압축한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은 스펙이라는 자취를 통해 자신이 지향하는 지점을 명료하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커다란 시야에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청사진을 그렸다면 다음의 표를 보며 그 과정의 첫걸음을 계획해 보라.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내 미래를 살아갈 때 어떤 능력이 필요할지 궁금해하는 마음으로 준비한다면 입학사정관제도 스트레스만은 아닐 것이다.

유미나 칼럼니스트 lucidmin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