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짬짜미’와 ‘짬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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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공정위, 학원 수업료 짬짜미 조사’라는 신문 기사 제목을 보여 주며 의미를 설명해 달라고 하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공정위에서 틈날 때마다 학원비를 조사한다는 말 같다며 오답을 내놓는 이가 있다. ‘짬짜미’를 ‘짬 나는 대로 그때그때’란 뜻의 부사 ‘짬짬이’와 혼동해서다. 학원들이 수업료를 올리기로 하고 실행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라고 답해야 맞다.

‘짬짜미’는 서로 의논해 합의하는 것을 이르는 ‘담합’의 순 우리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남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짜고 하는 약속·수작을 가리키는 말로 풀이하고, ‘담합’을 ‘짬짜미’로 순화해 쓸 것을 권장하고 있다. “서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담합 행위 근절” “석유 제품 판매 가격 담합, 엄중 제재”에서 사용된 ‘담합’은 ‘짬짜미’로 바꿔 쓸 수 있다.

발음이 같다고 ‘짬짬이’를 ‘짬짜미’로 사용하는 오류를 범해선 안 된다. “짬짜미 집안일을 거들어라” “기내에서 짬짜미 잠을 청했다”처럼 쓰면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짬짬이’로 바루어야 한다. ‘짬짬이’는 ‘짬’과 관련성이 분명한 말이므로 ‘짬’을 살려 표기하지만 ‘짬짜미’는 ‘짬’과 관계없는 말로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이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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