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한 '시범' 의약분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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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정부가 의약분업 준비 부족을 이유로 7월 한달을 계도기간으로 설정하자 일선 의료기관들이 혼란에 빠졌다.

일부 국.공립 병원은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는데 반해 상당수 민간병원들은 환자가 원할 경우에만 발행할 계획이어서 환자들이 엄청난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는 요지의 지침을 만들어 30일 시달할 예정이지만 원외처방과 원내제조의 구분이 여전히 불명확하다고 의료기관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 혼선〓중앙대 용산병원과 경찰병원은 7월 1일부터 원외처방전만을 발행키로 했다.

중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처방전 프로그램을 원외처방전만 내도록 이미 바꿨기 때문에 원내 조제를 할 수 없는 상황" 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시립병원은 병원 인근 약국들에 1주일 준비시한을 둔 뒤 그 이후부터 원외처방전을 발행할 예정이다.

국립의료원은 당분간 원내에서 약을 조제하다 서울 중구 의약분업 지역협력회의에서 약 준비가 끝나면 곧바로 원외처방을 낼 예정이다.

반면 서울중앙병원.고려대 안암병원은 원외처방을 원칙으로 하되 환자들이 원하지 않으면 원내에서 약을 줄 예정이다.

서울대.이대 동대문.강남성모.여의도성모.삼성서울병원 등 대학병원과 아동.동부시립병원.국군 서울지구병원 등 국.공립병원도 환자가 원할 경우에만 원외처방전을 발행한다는 방침이다.

신촌세브란스.이대목동.강북삼성.보훈.원자력.강남시립병원 등은 30일까지 회의를 거쳐 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다.

동네 의원들은 7월 18일까지 약사법이 개정되면 원외처방전을 발행하겠다는 의사협회측의 방침에 따라 다음달 하순이 돼서야 사실상 의약분업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대책〓혼선이 빚어지자 복지부는 "의약분업 지역협력회의에 의사들이 참여해 처방약 리스트를 제공하고 이에 따라 약 준비가 되면 원외처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요지의 지침을 30일 시달할 예정이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준비가 됐다 하더라도 원외처방전만을 발행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며 "하지만 병원들의 원외처방료가 원내처방료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원외처방을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대형 병원의 3일치 원내처방료는 1천5백29원, 원외처방료는 3천2백37원이다.

이에 대해 신촌세브란스병원의 한 관계자는 "원외처방전 발행 준비는 돼있지만 환자들을 설득하기 힘든 데다 원외처방으로 약을 짓지 못한 환자들의 항의가 거셀 것이 뻔한 상황에서 원외처방을 낼 수 있을지 의문" 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외처방을 원칙으로 하되 약을 못짓고 돌아오는 환자만 원내에서 약을 주는 식으로 복지부의 방침이 더 명확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신성식.정효식.구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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