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랜드 참사 1주기 유족들 합동위령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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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엄마는 네가 세상을 떠난 뒤 울면서 살고 있어 이놈아.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음식과 과일을 가지고 왔어…. "

29일 오전 11시30분. 지난해 6월 30일 경기도 화성 씨랜드 화재사건으로 숨진 19명의 유치원생들의 합동 위령제가 열린 사고 현장에는 한맺힌 유족들의 눈물과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지켜보던 주민들은 물론 취재진도 이들과 슬픔을 함께 나눴다. 인근 망망 서해바다도, 검푸른 산림도 따라 우는 듯 했다.

검정색 옷차림을 한 유족 20여명은 도착하자 마자 북받치는 눈물을 감추지 못한 채 통곡했다. 일부 유족들은 영정을 껴안은 채 땅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온몸을 떨었다.

30여분 후에 가까스로 시작된 위령제는 고석(高錫.38.회사원) 씨랜드 화재 참사 희생유족회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高씨는 눈물을 흘리며 "하늘나라로 간지 벌써 1년이 된 사랑하는 아들.딸들이 그곳에서나마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추모하자" 고 말했다.

유족들은 영정앞에 국화꽃과 각자 준비한 음식.장남감 등을 모아 놓고 10여분 동안 고개를 떨군 채 기도했다.

위령제를 마친 유족들은 혹시 자신의 딸.아들의 유류품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인근에 타버린 채 남은 잿더미를 헤쳤고 어린이들의 물건이 발견될 때 마다 울음을 터트렸다.

7살짜리 아들을 잃은 홍순길(42.주부)씨는 "우리 재우가 센달을 신고 있었는데…. 재우 옷조각이라도 찾았으면 원이 없겠다" 며 울먹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유족회측은 "어린이 안전을 위해 '씨랜드 천사의 손 어린이 재단' 을 설립키로 하고 유족들이 십시일반 1억5천만원을 모았다" 고 밝혔다.

화성〓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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