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에너지정책 국민도 알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대중의 이해가 낮음은 비단 우리 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이 정책은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전문적 지식체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과학기술 정책은 정통한 전문가들의 판단을 근거로 결정하고 국민에게는 교육과 계몽을 통해 협조를 당부하는 것이 상례였다.

하지만 과학기술 정책 가운데 에너지 분야는 일반인들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가 요구되는 분야다.

특히 1970년대 석유파동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절감했지만 생활수준이 높아진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리 나라가 에너지 수입에 드는 비용은 매년 2백억달러가 넘는다. 경기침체로 수입량이 크게 감소한 98년에도 1백36억달러의 외화를 지출했다. 만약 이중 5%만 절약하면 모든 중학생들에게 1년간 급식을 제공할 수 있는 금액이다.

시민이 알아둬야 할 새로운 문제도 대두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함부로 배출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아직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고 있지는 않으나 가까운 장래에 어떤 형태로든 감축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에너지 절약이나 온실가스를 줄이는 정책 등은 전문가 선에서만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에너지는 곧 달러라 인식하고, 기후변화협약의 심각성이나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에너지가 어떤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야만 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80년대 후반 이후 유럽에는 '합의도출회의' (consensus conference)라는 제도가 확산하고 있다.

정책을 결정하기 전 정책토론에 참가할 자원자를 공개모집해 전문가들과 토론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종전처럼 전문가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해지던 정책에 대중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국민이 정책을 이해하고 지원하도록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 나라 역시 국민이 현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이같은 회의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김장곤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