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 모른 조선이야기 다룬 ' 조선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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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보통 사람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지식이 상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미 알려졌거나 혹은 어느 책에 '그것이 아니다' 고 이미 발표됐다 해도 일반 사람들이 여전히 그걸 사실이라고 알고 있으면 그게 상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역사 바로잡기' (이상태 지음.가람기획)는 일반인들의 조선에 대한 상식을 바로잡는 책이다. 사람들이 특정한 사료의 근거 없이 그저 그렇게 믿고 있는 부정확한 내용을 정확한 사료를 제시하며 바로잡는다.

이 책은 제목처럼 거창하게 조선사를 새로 써야 할 정도로 새 학설을 다뤘다기보다 일반인들이 잘 몰랐던, 혹은 좀 과장되게, 때로는 왜곡되게 알았던 조선 이야기를 담았다. 최근 출판계에 불고 있는 '역사의 대중화' 바람의 연장선상에 있는 책인 셈이다.

그래서 어떤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는 태도보다 조선에 대한 상식을 넓힌다는 자세로 보면 재미있는 읽을거리로 다가온다. 또 바로잡아야 할 각각의 30개 항목마다 자세한 설명을 달아 때로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느낌, 또 어떨 때는 한편의 사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책의 첫 부분인 '이성계는 함흥차사를 모두 죽이진 않았다' 는 말 그대로다. 함흥차사는 태조 이성계와 태종 방원과의 갈등을 극대화하기 위해 후대의 사가들이 부풀려 지어낸 얘기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물론 사실이고 또 아는 사람은 아는 내용이다. 책이 돋보이는 것은 이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사료를 인용하며 그 배경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서술 태도다.

함흥차사에 얽힌 성석린과 박순에 얽힌 전설 같은 일화와 함흥차사라는 말이 생겨나게 된 이성계의 다섯 차례에 걸친 시위를 함께 보여줌으로써 읽는 이들로 하여금 당시 상황을 더 자세히 알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어떤 항목은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다기보다 그저 일반에 덜 알려진 이야기를 단순히 전달하는 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용의 눈물' 과 '정릉' 이나 '사도세자, 이렇게 죽었다' '백두산 정계비는 이렇게 세웠다' 같은 항목이 그렇다.

또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에서 조선사를 바라본 부분도 있다. '임진왜란은 이긴 전쟁이다' 에서 저자는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한다.

전국의 3백30개 군현 가운데 왜적의 피해를 입은 것은 1백36개뿐이었으니 전국이 피해를 입고 왜적들에게 분탕질을 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7년 전쟁 끝에 왜적은 막대한 피해만 입고 철군했지만 조선은 국토방위에 성공했으므로 임진왜란은 우리가 패한 것이 아니라 승리한 전쟁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일제를 거치며 많은 부분이 식민사관에 휘둘린 조선사라는 점을 떠올리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 인구 증가의 주범은 한명회이다' 에서처럼 사료를 지나치게 부풀려 해석한 면도 없지 않다. 당시 관리들은 벼슬을 그만둔 후에는 생활 근거지로 낙향했는데 한명회만은 달랐다.

그는 벼슬을 그만둔 후에도 고향 청주로 귀향하지 않고 죽는 날까지 압구정에 머무르며 계속 정계에 영향을 미쳤다. 한명회가 이런 전통을 깸으로써 서울의 인구를 증가시키는 단서가 됐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란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 조선의 인물과 역사.땅으로 나눠 조선에 대한 여러 사실들을 쉬운 문체로 풀어 쓴 것은 다른 책이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이 책의 매력이다.

이 책을 쓴 이상태 국사편찬위원회 고중세사 실장은 '한국 고지도 발달사' '조선시대 선비들의 금강산 답사기' 등 저서가 있는 조선사 연구자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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