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이일향 '아버지!'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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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나는 일흔이 넘도록

아버지!

를 부를

아버지가 살아 계신데

아직 나이 어린 손자 손녀들은

아버지!

를 부를

아버지가 없다

하늘의 별만큼이나

평생토록 불러도

닳지 않는 이름 아버지!

그 흔한 이름 아버지!

어떻게 다시 돌려주나

어디 가서 찾아주나

이제는 나도 부르지 않을란다

- 이일향(71) '아버지!' 중

살아 숨쉬는 데 없어서는 안될 것, 햇빛이나 공기 같은 것을 우리는 쉽게 잊고 산다.

그렇듯이 목숨처럼 소중한 것을 가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 자리가 비어 있음을 알게될 때의 막막함은 또 얼마인가.

아직은 보낼 수 없는 젊은 아들을 앞세워 보내고 어린 손자들이 부를 '아버지!' 가 없음을 목놓아 통곡하는 노시인의 육성이 바다 멀리 일렁이고 있다.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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