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 들인 창원경륜장 '헛바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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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7백억원을 들여 건립된 경남 창원경륜장이 3개월째 낮잠을 자고 있다.

경남도가 경륜장 운영 전산시스템을 잘못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3월 말 예정됐던 경륜장 개장이 일단 11월로 미뤄졌다.

경남도와 창원시는 3백98억원씩 부담해 창원 두대동 창원종합운동장에 창원경륜장을 만들고 있다. 1만5천평 부지에 지상 5층 연건평 1만3천평의 돔형 경륜장 건축공사는 지난 3월 말 마무리됐다.

경남도는 이와 별도로 3월 개장 목표로 지난 1월 경륜장 운영 전산 시스템으로 호주 SMC사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전산시스템은 경륜권 발매와 수금, 환급금 지급 등을 처리하는 핵심 시설. 그러나 SMC사 시스템은 잠실의 서울경륜장과 호환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륜장 시스템은 미국 오토토트사 제품. 경남도는 창원경륜장 경륜인구만으로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고 판단, 이곳에서도 서울경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서울경륜장과 합의했다.

물론 서울경륜장에서도 창원경륜에 참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두 경륜장 간의 전산시스템 호환이 돼야 한다.

오토토트사 제품은 미국의 다른 회사 제품 끼리 호환할 수 있으나 제3국 제품과는 호환이 안된다.

경남도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을 제시한 SMC사 제품을 선정했다.

이 회사는 시스템 설치비용 80억원, 홍보비용 30억원, 경기운용 이행 보증금 1백억원 등을 부담하는 대신 연간 수입의 2~3%를 요구했다.

부족한 예산 때문에 고민하던 경남도는 호환문제를 감안하지 않은 채 SMC사의 제의를 받아 들였다.

전산시스템 도입이 미뤄지자 창원시는 독자적으로 전산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공민배(孔民培)창원시장은 최근 창원시의회에서 "전산시스템 도입을 서울경륜장의 협조를 얻어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 고 밝혔다.

창원경륜장은 서울경륜장 휴장기인 이번 가을에 전산시스템을 설치하지 못하면 개장이 내년 말까지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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