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프로젝트 중간점검] 4·끝 성공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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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밀라노프로젝트의 성공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다.

'틀' 은 제대로 짜였는지, 예상대로 대구섬유산업을 확 바꿔놓을지 확신을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서다. 이같은 우려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업계와 전문가들은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관(官)주도의 사업" 이란 점을 가장 먼저 지적한다.

◇ 먼저 해결할 문제〓제직.염색업계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인식하지 못한 계획" 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원사업계의 생산과잉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 메이저 원사업체들이 법정관리.워크아웃을 신청한 상황에서 좋은 원사의 생산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업계 대표 A씨는 "좋은 실이 있어야 좋은 원단이 나온다" 며 "원사업계의 문제를 먼저 풀지 않을 경우 제직업계도 같이 무너질 수 있다" 고 경고했다.

◇ '힘' 이 모아지지 않는다〓밀라노프로젝트의 모든 문제를 심의하고 의결하는 기구는 대구지역 섬유산업육성 추진위원회다. 업계와 대구시.정부 관계자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대구의 주력인 견직물과 직물 조합 대표는 추진위원 명단에 없다.

대구시와 조합측의 불화 탓이다. 밀라노프로젝트의 핵심이 패션산업 육성과 직물의 고급화인 점을 감안하면 가장 중요한 당사자가 빠져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나 대구시는 이들을 끌어들일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탓에 신제품개발센터의 경우 올해 민간자본 출자분 5억원을 내놓으려는 업체가 없어 벌써부터 사업이 삐걱대고 있다.

◇ '소프트웨어' 가 문제다〓번듯한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운영방안은 누구하나 뾰족한 수를 내지 않고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섬유정보지원센터와 북구 산격동의 패션정보실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곳에 투자되는 비용은 무려 2백억원. 섬유정보지원센터는 일반 섬유정보를, 패션정보실은 패션정보를 업계에 팔아 운영해야 한다.

업계는 "제직.염색.패션분야의 전문인력은 따로 활용하되 정보는 한곳에서 전하면 충분하다" 며 "대표적인 중복사업" 이라고 지적한다.

기본계획 용역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패션어패럴밸리도 자칫하면 단순한 패션.봉제공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패션1번지로 만들기 위한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 보완점=전문가.업계는 밀라노프로젝트의 활성화를 위해선 육성추진위 아래 실무자들로 구성된 조직을 만들어 스스로 문제점을 논의하고 개선방안을 찾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라고 충고한다.

서둘러 신제품개발센터.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 등의 운영방안을 마련하고, 은행 이자에 육박하는 각종 정책자금의 금리도 낮춰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는 사업의 항목을 조정하거나 자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유연한 자세와 사업기간 종료 후에도 지속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고 말했다.

정기환.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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