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가족 적십자대표에 편지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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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죽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아버지를 찾아 헤매는 저에게, 자식을 둔 아버지의 심정으로 '상봉' 이라는 선물을 안겨다 주시리라 믿습니다' .(1987년 납북된 동진호 어로장 崔종석씨의 딸 崔우영씨)

'남편과 헤어진 지 6년째 입니다. 金위원장님, 제 남편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95년 중국 옌볜에서 납북된 安승운 목사 부인 李연순씨)

'이번 정상회담에서 아버지와 같은 분들의 송환 얘기가 빠져 많이 울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아버지의 생사라도 알고 싶습니다' .(동진호 선원 姜희근씨 아들 姜현문군)

6.15 남북합의에서 납북자 송환이 언급되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던 납북가족들이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 앞으로 간절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낸다.

납북가족모임의 崔우영(30)대표는 26일 "지난 21일 대한적십자사를 방문했을 때 鄭원식 총재와 朴기륜 사무총장에게 납북가족들이 쓴 3통의 편지를 전달했다" 며 "이 자리에서 鄭총재 등은 27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리는 적십자회담에서 이 편지를 북한대표에게 전달토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고 밝혔다.

崔씨는 "우리 정부가 납북자 가족의 아픔을 나몰라라 하고 있는 것 같아 金위원장에게 직접 편지를 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며 "제발 이 편지가 金위원장의 손에 전해져 상봉이 이뤄졌으면 한다" 고 말했다.

李연순(52)씨는 "安목사님은 제 인생의 첫사랑이고 영원한 동반자로 살아왔다" 며 "이별의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지난날의 애틋한 사랑이 더욱 생각나 슬픔 속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고 밝혔다.

한편 납북자 가족들은 남북 적십자회담이 열리는 27일부터 사흘간 명동성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납북자 송환을 촉구키로 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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