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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름음악제 '카메라!액션! 음악!' 7월 개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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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클래식과 영화음악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제16회 도쿄여름음악제 '카메라! 액션! 음악!' 이 오는 7월 6일부터 30일까지 일본 도쿄(東京) 소게추홀.분카무라 오차드홀.쓰다홀.아트스피어.무사시노문화관.기오이홀 등에서 열린다.

'무성영화' 라고 해서 음악이 없었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영화를 상영할 때 스크린 앞에서 피아니스트나 오르가니스트가 무드 음악을 연주했다. 영화관은 물론 스튜디오에서도 음악이 필요했다. 남녀 주연 배우가 러브신을 찍을 때 바이올린 독주나 현악 앙상블의 무드 음악을 연주하곤 했다. 처음엔 당시 유행하던 멜로디를 연주했지만 나중엔 작곡가들에게 음악을 위촉했다.

6일 오후 6시30분 오차드홀에서 러시아 감독 그리고리 코진체프.레오니드 트라우버그가 제작한 무성영화 '새 바빌론' (1929년)을 마크 피츠 제럴드가 지휘하는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하는 쇼스타코비치의 음악과 함께 상영한다. 이 작품은 1871년 파리 코뮌의 몰락을 다룬 90분짜리 35㎜ 영화다.

26~27일 오후 6시30분 기오이홀에서는 독일 출신의 '앙상블 13' (지휘 만프레트 라이커트)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화음악 '장미의 기사' 를 연주한다.

1911년 작곡자의 동명 오페라 초연이 성공된 후 10년 만에 호프만슈탈의 대본, 로베르트 비네의 연출로 제작한 영화를 위해 음악을 작곡한 것. 26년 드레스덴과 런던에서 작곡자 자신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상영됐다. 영화는 소실됐다가 복구돼 90년대 영국.독일.프랑스 등지에서 재개봉됐다.

특히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최초의 영화음악으로 알려진 생상 작곡의 '귀즈 공작의 암살' (1908년)이 연주돼 눈길을 끈다.

피아노 독주와 현악5중주.하모니움을 위해 작곡했다가 나중에 작곡자가 관현악으로 편곡했다. 일본에서 이 필름과 음악을 동시에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도 있다. 24년 발레 '휴연(休演.Relache)' 의 막간에 상영할 목적으로 만든 르네 클레르 감독의 22분짜리 영화 '막간(Entr' acte)' 을 위해 작곡한 에리크 사티의 음악이다.

사티는 '변기' 의 작가로 유명한 마르셀 뒤샹과 함께 이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중년의 여성 발레 댄서는 수염을 기르고 있고 장례행렬이 멀리 질주하고 다리가 없는 남자가 달아난다. 음악과 이미지 모두 혼란스러운 유머를 담고 있어 영상과 음악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막간' 은 7월 30일 오후 5시 기오이홀에서 고마추 가주히코 지휘의 뉴심포니가 영상과 함께 들려준다. 85년부터 도쿄 시내의 5~6개 공연장에서 열리고 있는 도쿄여름음악제는 '창조하는 여성' 등 매년 주제를 정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지금까지 '연주란 무엇인가' '디아길레프의 러시아 발레와 20세기 음악' '창조하는 여성' '익조티즘과 오리엔탈리즘' '외래음악과 일본음악' '신화와 전설' '집시와 서양음악' 등 아카데믹한 테마로 꾸며왔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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