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SK 내년 경영 화두는 스피드·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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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생존’이라는 화두로 올해를 시작했던 최태원(49) SK그룹 회장이 ‘스피드’와 ‘기술’이라는 내년 경영의 틀을 내놓았다. 18일 실시한 대규모 임원 인사를 통해서다.

SK그룹 관계자는 22일 “이번 인사가 실적이 나빠 갑자기 대규모가 됐다는 오해가 있다”며 “이미 1년 넘게 최 회장이 구상해 온 SK그룹의 장기 성장 계획에 맞춰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에너지 전문가인 구자영 사장을 SK에너지 총괄사장으로 임명하고 사업 추진력 있는 정만원 당시 SK네트웍스 사장을 SK텔레콤 사장으로 이동시키면서 이번 대규모 인사가 예고됐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두 사장을 발령내면서 “유예기간을 1년 줄 테니 제2의 창업을 한다는 각오로 SK그룹이 성장할 수 있는 조직개편을 구상하고 거기에 맞는 인사를 배치해 보라”고 주문했다.

두 사장이 내놓은 답은 ‘스피드’와 ‘기술’이었다. 구 사장은 SK에너지의 CIC(회사 내 회사) 중 R&C(자원개발·화학사업)의 한 부문이었던 자원개발사업을 사장 직속으로 재배치해 자원개발본부로 격상시켰다.

SK에너지 관계자는 “내년에는 그동안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자원개발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는 자원개발에 4500억원(2008년 기준) 정도를 투자해 왔다. 이 회사가 2004년께부터 투자한 브라질·베트남 해상광구에서 최근 유전층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구 사장은 “자원전쟁이 이미 시작돼 시시각각 경쟁 구도가 변하는 상황에서 투자를 신속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대규모 투자를 직접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정 사장 역시 이전에 없던 IPE(생산성 강화)사업단을 만들었다. 이 사업단의 활동은 정 사장이 직접 챙긴다. IPE사업단은 법인기업을 대상(B2B)으로 어떤 사업을 해야 할지 집중적으로 컨설팅하게 된다. SK텔레콤은 IPE를 통해 2020년까지 20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최 회장이 지난달 중국 베이징 CEO(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강조한 것처럼 기존의 사업 방식보다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컨버전스앤인터넷(C&I) CIC의 본부를 중국으로 이전하고 본부장급 이상의 대부분 임원은 중국에서 근무하게 할 방침이다.

기술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SK에너지는 과거 P&T(신규사업)CIC에 속해 있던 에너지기술연구원을 독립 CIC로 승격시켰다. 구 사장은 올 초 SK에너지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SK에너지라고 하면 바로 기술을 떠올리도록 기업 이미지를 바꾸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최 회장 역시 지난달 CEO 세미나에서 “앞으로 기술에 기반한 신성장동력을 찾는 게 SK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문했다. SK텔레콤 역시 기반기술연구소를 신설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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