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메뚜기떼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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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국에 메뚜기 비상이 걸렸다.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거대한 메뚜기떼들이 허난(河南)·허베이(河北)·신쟝(新疆)·안후이(安徽)성 등 중국 북부 지역의 농경지를 유린하고 있다.

◇실태=현재 피해 지역은 10개 성·시에 걸쳐 약 3백66만6천8백50㏊에 이른다.허난성과 허베이·신쟝·안후이성 외에 톈진(天津)시와 산시(山西)·산뚱(山東)·산시(陝西)성 등 북부 지역의 피해가 많다.

15만8천3백41만㏊가 잠식당한 허난성은 메뚜기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나타났다.이 지역의 카이펑(開封)현은 1㎡당 3백∼1천마리의 메뚜기들이 득실거리는 것으로 보고됐다.

중국당국이 재해 경보용으로 정한 면적당 메뚜기 수 기준은 1㎡당 0.5마리다.카이펑은 이보다 무려 6백∼2천배 많은 메뚜기가 들끓고 있다. 풀밭에 무심코 발을 들여 놓은면 한발에 무려 24마리가 깔려 죽을 정도라고 중국언론들은 전했다. 가장 넒은 지역이 피해를 입은 신쟝성은 2백3만3천4백35㏊가 메뚜기의 공격을 받았다.

◇원인=25년만의 메뚜기 창궐은 연일 이어지는 건조한 날씨 때문.중국 전역은 지난 2월부터 20년만의 최악이라는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메뚜기에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이 건조기엔 활동을 제대로 못하므로 메뚜기로서는 올해 최적의 기후를 만난 셈이다. 특히 지난해 연말과 올해 봄은 모두 기온이 높고 비가 적어 유충의 생존률이 높았다.

◇대책=중국당국은 5월말부터 농업부 산하 농업기술보급센터에 메뚜기 퇴치 전담부서까지 설립하고 소탕작전에 돌입했다. 메뚜기용 살충제 1천t과 이를 뿌릴 농기계 2만대, 약을 공중에서 살포할 비행기 10대를 동원했다. 퇴치 인력도 5만명으로 늘려 긴급 박멸작전에 들어갔다.

중국당국은 애초 메뚜기 떼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까봐 크게 우려했다. 그렇지 않아도 홍수와 가뭄을 연이어 당하고 있는 중국에 메뚜기마저 전국적으로 기승을 떤다면 식량 생산량이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메뚜기떼는 추수기인 가을에 세력이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여 기껏 경작해놓고도 빈깍쟁이만 수확하는 낭패를 겪을 수 있다.

중국당국은 최근 조사 결과 이동성이 강한 비행성 메뚜기 수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일단 안심하면서 7월초까지는 각종 수단을 동원,메뚜기 수를 크게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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