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재개 밝힌 정부·의료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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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폐업이 이틀째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가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분야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대화의 문을 열고 있다”고 밝히고 있고 의료계도 대화를 재개한다는 방침에 따라 협상안을 만드느라 연일 회의를 갖고 있다.

정치권도 21일 병원·의협·약사회 등을 방문해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어 폐업이 조만간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의약품 전면 재분류 등 10가지 요구조건을 내걸고 일체의 대화를 거부해 왔던 의사협회는 폐업 첫 날 대화 재개의 뜻을 밝혔다. 폐업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의약분업 시행전에 일부 보완하고 분업에 참여한 뒤 나머지를 보완하자고 주장해온 온건파와 선보완 후시행을 외치는 강경파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온건파는 의료인프라(하부구조)를 개선하자는 쪽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2005년까지 5% 미만인 보건의료 예산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7.9%)으로 올리고

▶의보수가를 2001년까지 합리화하며

▶전공의의 급여를 정부가 일부 부담하는 것 등 7가지를 담고 있다.

강경파는 당초 내세운 10가지 요구사항의 전면 수용을 주장하고 있다.따라서 이 둘을 어떻게 접목시켜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협상안을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인프라는 장기 과제인 반면 선보완 후시행을 요구하며 파업·폐업한 전공의나 젊은 개원의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성과물이 있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온건파의 목소리가 약간씩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협상안을 만들고 전권을 위임받은 대표단을 구성하는 데는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다리는 입장이다.차흥봉(車興奉)복지부장관은 “비공식 창구를 통해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 했다”며 “정부는 오픈돼 있다.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 장기발전 계획에 대해서는 18일 폐업관련 대책을 내놓으면서 보건의료발전특별위원회를 총리실 산하에 두고 범정부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고 발표한 바가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

관건은 의협의 10가지 요구사항이다. 이 가운데 수가·의료보험 재정 국고지원·약화사고 책임문제 등 일부는 특별위원회에서 담을 수 있다. 하지만 대체조제·임의조체 등은 약사의 이익과 밀접히 연계된 것이어서 쉽지 않다.

약사들은 정부가 의약분업에 주사제의 예외범위를 확대한 것과 관련,분업 참여 거부를 선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서 의료계에 약사의 피해를 담보로한 당근을 제시할 경우 약사들마저 뛰쳐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분업 자체가 와해될 수도 있지만 車장관은 “약계를 설득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고비는 23일이다. 현재 대형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을 이끌고 있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면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어쨋든 현재의 의료공백 상황은 의료계와 정부 양자에게 큰 부담이기 때문에 늦어도 22일 자정까지는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이후 정부는 25일 약사회 대의원 총회에서 약사들을 달랠 묘방을 내놓고 일단 폐업상황을 종료시킬 것으로 보인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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