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목적회사 증권사들 설립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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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증권사들이 비상장 우량 기업을 인수합병(M&A)하기 위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를 잇따라 설립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개인 투자자들도 스팩을 통해 M&A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스팩은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상장한 뒤 우량 기업을 합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주가가 상승하면 투자자들은 수익을 거두게 된다.

대우증권은 15일 업계 처음으로 ‘그린코리아기업인수목적회사’의 설립 등기를 완료했다. 설립 주주로는 산업은행·사학연금·그린손보·신한캐피탈·KT캐피탈·IMM인베스트먼트 등 7개 기관투자가가 참여했다. 합병 대상으로는 녹생성장 기업과 신성장 잠재력을 가진 제조업, 폐기물·환경복원 사업 관련 업체를 꼽고 있다.

21일에는 동양종금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스팩 설립을 발표했다. 역시 녹색성장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주요 합병 타깃이다. 동양종금증권 IB본부 여주형 과장은 “스팩의 합병 대상으로 녹색성장 관련 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내년 이후로도 증시의 주요 테마가 될 것으로 예상돼 장기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 고 말했다.

스팩은 개인투자자들이 M&A 시장에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우수한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도 이를 통해 기업공개(IPO)를 거치는 것보다 쉽게 상장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스팩으로 수익을 얻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여 과장은 “스팩이 상법상 회사로 간주되는 만큼 설립 1년 이내에 합병할 경우 합병차익에 대해 법인세를 물어야 한다” 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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