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죄가 아닌 반성에 맞는 실천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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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노무현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일본 연립여당 간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사 문제 등 최근 한.일 양국의 현안에 대한 일본의 입장이 담긴 고이즈미 총리의 친서를 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김춘식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6일 "우리 정부와 국민이 일본에 바라는 것은 새로운 사죄가 아니라 과거의 사죄와 반성에 맞는 실천을 보여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당의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간사장, 공명당 후유시바 데쓰조(冬柴鐵三) 간사장 등 일본 연립여당의 간사장단 10여 명을 청와대에서 만난 자리에서였다.

노 대통령은 "과거의 사과와 반성의 정신에 배치되는 일을 일본 정부와 일본 정치를 주도하는 세력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같은 일이 반복되는 한 사과를 진정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나와 국민의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새로운 사과를 하면 우리 국민은 더 섭섭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 국민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 교과서,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현재 태도를 과거 침략과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것으로 간주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이를 스스로 경계한다면 우리 국민이 경계하지 않아도 되지만 일본이 경계하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에게 경계하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일본 측이 야기한 독도, 역사교과서 등의 암초를 제거하지 않는 이상 양국 관계는 또다시 암초에 걸리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간사장단은 "노 대통령의 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오늘 면담을 통해 분명한 문제의식을 가졌다"고 말했다고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노 대통령은 다케베 간사장으로부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친서가 담긴 봉투를 전달받은 뒤 보도진이 있는 앞에서 "친서의 내용을 얘기해 줄 수 있느냐"고 이례적으로 되물었다. 다케베 간사장은 "읽어 보지 못해 뭐라고 하기 어렵지만 총리의 마음을 받아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외교관례상 친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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