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개편안 말 … 말 … 말

중앙일보

입력

지난 10일 교과부는 외고 입시제도 개선을 포함한 고교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벌써 업종 전환 사례가 늘고 있고, 입시전문 사교육기관들의 커리큘럼에 변화가 일고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의 전면 확대와 더불어 학부모들의 관심도 폭증하고 있다. 이와 관련,중앙일보 MY STUDY는 16일 중앙일보 본사 대회의실에서 ‘외고 개편안 좌담회’를 열었다.


참석자 ▷이근표 교과부 학교제도기획과 연구원 ▷김미란 대청중학교 교사 ▷학부모 김용심·양경미씨 ▷김석환 토피아어학원 대표 ▷임성호 하늘교육 이사 / 진행= 김지혁 기자

사회: 외고가 명문대 진학의 통로로만 활용되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로 교과과정 개편안이 발표됐다. 그러나 외고가 여전히 상위권 대학 진학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김용심(이하 김용): 우리 아이가 내년에 중3이다. 본인의 의지가 뚜렷해 그대로 외고에 지원할 것이다. 발표를 보면 외국어 시간을 더 늘린다고 하는데, 아이는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 더 좋아 한다.

양경미(이하 양): 우수한 학생 사이에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한가지다. 학교가 외고든 자사고든 상관없다. 우수 학교에서 교육받고 좋은 대학에 가겠다는 것이 본질이다. 제도와 상관없이 결국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로 다시 몰릴 것이다.

이근표(이하 이): 러시아학과를 나와 러시아 항공·우주 산업에 종사하겠다는 아이들에겐 외고 교육이 분명 효과를 볼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학과를 나와 의대를 가겠다면 그 개념에 맞지 않다. 명문대를 가기 위한 통로로서의 외고의 의미는 분명히 바뀔 것이다.

김석환(이하 김석): 지금도 외고가 대학입시에 그렇게 장점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도 관심을 끌었던 것은 선발집단이었기 때문이다.

사회: 이번 개편안의 핵심내용은 입학사정관제에 의한 자기주도학습 전형이다. 그런데 이게 참애매하다. 올해 경기·울산외고나 민사고는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했는데 지금 논의되는 입학사정관제와는 달라 보인다.

김용: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준비도 안됐고, 이 제도를 정확히 아는 사람도 없다. 생활기록부에 수상경력들이 전혀 안 실린다고 들었다. 책을 많이 읽고 독후감을 써보는 것이 좋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제 와서 따로 시간을 내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다. 내신도 영어만 본다고 하지만 기준을 정확히 모르겠다.

김미란(이하 김미):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동아리 활동 등 학교활동을 열심히 하면 된다. 다른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영어신문반 회장 경력 덕에 올해 민사고 입학사정관 전형에 합격한 사례도 있다.

: 추천서의 내용이 교외활동을 배제한다면 교내수상경력 등이 부각될 것이다. 추천의 근거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사교육이 늘지 않을지 걱정이다.

: 추천서에 정직성, 창의성 등은 반드시 평가요소로 포함될 것 같다. 학교생활기록부에서의 독서기록, 자기주도학습 기록이 평가요소로 제시됐는데, 과연 현실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김석: 아무리 스팩을 배제해도 공부 못하는 아이를 뽑지는 않을 것이다.

: 내년 3월에 예시안을 확실히 발표하겠다. 혼자서(사교육을 받지 않고) 공부한 학생들이 더 유리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은 것은 명확하다. 학교와 교육청, 교육전문가로 구성된 전형위원회를 구성하고 학교별로 무엇을 중심으로 선발할 것인지 정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담임교사의 질적 평가가 포함된 학생 관찰기록이다. 아직 검토 중이긴 하지만, 적어도 사교육 컨설팅을 통해 합격하는 것은 최대한 막자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현실적인 기준안을 마련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어를 공부하려는 학생이 중국관련 역사서라도 제대로 읽어봤는지 알아보는 식이다. 올해 카이스트와 울산외고의 전형 방식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의 독서기록을 보면 묻지 않아도 학원에서 써 준 것인지 본인이 직접 쓴 것인지 알 수 있다.

: 학생부의 석차 표기를 없애는 것도 검토 중인가.

: 석차 표기를 없애지는 않을 것이다.

: 아이들이 자신의 경쟁력을 학업계획서와 추천서에서 드러내야 할 텐데, 교사추천서에 영어 이외의 부분을 강조하면 감점한다고 밝혔다. 만약 전교 석차 1등인 아이가 실제로 사교육 없이 성적을 올렸는데 이를 표현할 수 없다면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 그 점에 대해 가장 많이 논의하고 있다. 학생의 경쟁력을 드러내게 하면 인증시험 점수 부각이라는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혼자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올린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

김석: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아이들의 수상 경력은 인정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수상경력만으로 뽑는다면 사교육 열풍의 근원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완전히 배제한다면 아이들의 잠재력을 가로막는 것이다.

: 결과 보다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표시하도록 할 것이다. 학생들이나 교사가 임의로 추천서와 학업계획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전형 매뉴얼을 통해 제출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사회: 현재 발표됐거나 앞으로 계획된 여러 방안들이 근본적으로 사교육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 사교육이 다소 줄어들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풍선효과가 있다. 수능을 예로 들어 보자. 어려운 수리영역 때문에 사교육이 유발된다고 해서 올해 쉽게 출제했다. 그러다보니 중상위권에서 사상 최대의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입재수학원이 벌써부터 호황을 누린다.

김석: 외고 관련 사교육은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고 영어 사교육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외고입시 사교육과 영어 사교육은 다르다. 외고입시 사교육은 중3학년 몇 개월뿐이다.

김용: 우리 아이는 본인이 영어를 너무 좋아해서 학원에 다닌다. 스스로 하는 사교육이 문제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다.

: 근본적으로 성적표에 성적이 기입돼 있는 한 사교육을 잡기 어렵다고 본다.

: 자기주도학습 전형방식은 자율형사립고 등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전반적으로 사교육은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기출문제풀이 등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왔던 학원은 분명히 불이익을 당할 것이다.

사회: 각자 마무리 발언 부탁드린다.

: 다양한 학교들을 많이 만들어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히자는 것이 핵심이다. 학교 다양화라는 큰 틀에서 전체학교를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김미: 한 학생이 수학은 못하는데 영어는 정말 좋아하고 잘 할 때, 이런 학생을 교사가 추천해서 외고에 들어갈 수 있다면 좋은 제도라 본다. 학교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 불확실한 정보들이 벌써부터 난무한다. 최대한 빨리 정확한 정보를 제시해야 한다. 입시부정과 같은 부분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각종 경시대회에 자발적으로 나가는 학생들이 전체의 0.5%다. 이런 아이들의 요구 또한 받아들이는 것이 수월성교육의 측면에서 정답이지 않은가 싶다.

김석: 사교육을 우려해 지나치게 선발권을 제한한다는 느낌도 있다. 사교육 억제는 본질적으로 공교육을 살림으로써 가능하다. 학생의 품성과 가능성을 가지고 선발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입학사정관제가 시행됐으면 한다.

: 개인적으로는 각 고교에서 선발권을 가지는 것을 반대한다.

김용: 입학 사정관 전형은 외국에서 살다 와서 외국어에 능통한 학생들에게 딱 맞는 전형방식이 아닌지 걱정이다. 내 아이는 단지 착실하게 내신을 쌓아온 것 말고는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데….

[사진설명]좌담회에 참여한 이근표·김미란·김용심·양경미·김석환·임성호(왼쪽부터)씨가 교과부의 고교제도 개편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정리=정현진 기자 >

< 사진=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