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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밸리는 지금] "값 싸고 조용한 주택가에서 열심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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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테헤란 밸리의 뒷골목에 있는 3차원(3D) 이미지 솔루션 업체 휴먼드림은 새 사무실을 물색했다.

사무실 근처에 모텔과 술집이 너무 많아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이 회사는 T밸리보다 20%정도 싼 논현동 주택가로 곧 이사할 생각이다.

인터넷 광고 솔루션 업체인 미디어채널도 강남 도곡동에서 홍익대 근처 주택가로 이전했다. 직원도 늘어났지만 임대료를 절약해 기술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이유가 더 컸다.

벤처기업들의 탈(脫)T밸리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다. 교통난.주차난이 심각하고 천정부지로 오른 T밸리의 임대료는 내릴 줄 모르고 있다.

서울 장충동에 사무실을 차린 티지랜드의 이민호 대표는 "T밸리 임대료의 40%로 쾌적한 사무실을 얻었고 강남까지 지하철로 10분이면 갈 수 있다" 고 만족해했다.

T밸리에 들어가야 벤처대접을 받던 때가 불과 6개월 전이다. 기술보다 명함에 박힌 회사주소가 중시되고, 사무실 입구를 최고급으로 꾸며놓아야 투자를 받기도 쉬웠던 시절이었다.

지금의 T밸리 엑소더스는 기술과 수익모델을 요구하는 냉혹한 현실에 대한 벤처의 자구책이다.

이삿짐을 싸는 한 벤처기업가는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 기분" 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성공해서 다시 돌아오겠다" 는 말도 잊지 않았다.

뿔뿔이 흩어지는 벤처들…. 새로 옮긴 곳은 오프라인 업체들과 어울릴 수 있거나 조용한 분위기에서 기술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곳들이다. 몸은 떠나지만 꿈까지 접지는 않은 것이다.

돌아올 그들을 위해 T밸리도 변모돼야 할 것 같다. 높은 임대료와 주체할 수 없는 돈에 흥청대던 카지노 이미지는 벗어 던져야 할 시점이다.

전용선 등 탄탄한 인프라를 갖추고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벤처의 메카로 변신을 기대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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