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한입으로 두말하는 제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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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송악산은…2중식 화산체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주변 지질특성이 특이하여 연구대상의 으뜸으로 친다.… 지질.지형적 측면에서 제주도의 형성사를 밝히는데 매우 중요한 곳이다."

제주도는 전문가를 동원, 1년여간 3백68개의 제주도내 기생화산을 조사, 그 결과를 1997년 12월 '제주의 오름' 이란 책자로 내놓았다.

제주지법이 최근 도지사의 레저타운 개발사업승인 효력을 정지시킨 송악산은 이 책에 이렇게 기술됐다.

95년 제주도가 제주대에 용역을 의뢰, 발표된 Y교수의 논문은 또 이렇게 적고 있다.

"송악산은…2중 분화구 화산으로 유명하다. … 학술적 가치가 큰 지역이므로 인위적 활동에 의해 파괴되지 않도록 보호대책이 요망된다."

Y교수는 줄곧 제주도가 송악산의 화산가치를 검토한 전문가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송악산에 대한 평가는 '부실 영향평가' 라는 비난을 듣는 개발사업자의 환경영향 평가서에서도 돋보인다.

"송악산은…도내 기생화산 중에서 화산분출 상태의 원지형이 가장 뚜렷하게 보존된 2중 분화구로 유명하다."

송악산 개발사업의 부당성을 주창해온 지질학자들은 지난 4월 송악산의 가치를 제대로 규명하고자 '국제 학술공동조사단' 구성을 제의했던 적이 있다.

도의 답변은 간단했다. "그동안 학자들에 의해 조사.연구된 바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조사계획이 없다."

환경단체의 확인 결과 도가 소장한 자료.논문은 대다수 송악산 개발사업을 반대하는 지질학자들의 연구결과였다.

제주도는 제주지법의 결정에 대해 지난 10일 광주고법에 항고했다.

항고이유 중 하나가 "송악산은 2중 분화구도 아니며 도내는 물론 세계 도처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화산체이고… 일부 소수학자의 편협된 판단에 불과하다" 였다.

제주도청은 왜 한입으로 두말을 하고있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생각이다.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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