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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방에선] 월드컵축구 개최 지방자치 정착 기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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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즘의 생활방식이나 사고방식이 옛날과 같지 않듯 고유문화도 세월이 지나면 변하게 마련인 것 같다. 맛의 고장으로 불리는 전주에서 대중음식 문화에 새 바람이 일고 있다.

전주 음식 하면 먼저 비빕밥을, 다음으로 한정식과 콩나물국밥, 한벽당 민물매운탕을 꼽는다.

경제난의 여파인지 알 수는 없지만 최근 콩나물국밥 집이 성업 중이다. 2~3년 새 문을 연 집이 어림잡아 50집이 넘는다. 그런데 한결같이 전통방식의 콩나물국밥과는 달리 새롭게 변형한 묘한 국밥을 내놓는다.

전통의 국밥집과 경쟁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어쩐지 찜찜한 기분이다.

지난날에는 애주가들의 속풀이 용으로 아침나절에나 북적거렸지만 이제는 직장인들의 점심은 물론 가족의 외식으로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또다르게 변화된 모습은 술꾼들의 막걸리집 출입이 잦아진 점이다. 옛날처럼 산수화가 서너점 정도 걸린 대포집이 아닌 서민용 막걸리 골목이 형성되고 있다. 숨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에게 옛날로 돌아간 듯 착각을 안겨주는 정경이다.

문화가 이와 같이 변화하듯 지방의 문제도 그 지방의 문화적 상황과 특성에 기반을 두고 탄력적으로 발전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방자치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창의적인 노력과 성실성, 그리고 문화의식이 요청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중앙집권적 사고가 몸에 밴 '기득권층' 의 사고 전환도 필수적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2002년 월드컵축구의 10개 도시 분산 개최는 지방자치 발전의 큰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도시마다 이 대회를 계기로 지역 특성을 최대한 살려 자기 고장을 세계에 알리고 지역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지방의 자랑스런 맛과 멋, 소리를 계승.발전시키면서 의식과 행동을 세계수준으로 격상시킨다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국가 경쟁력도 확보될 것이다.

월드컵축구 개최를 계기로 지자체마다 지역적 특성을 한껏 살려 나간다면 지방자치도 튼튼하게 제자리를 잡고 지역 경쟁력이 커져 일류국가로 한걸음 빨리 도약하리라고 확신한다.

채수일 <전북 정무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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