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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외국인 삶 표현…최양일 감독의 '개달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재일 교포 2세인 최양일(52)감독의 '개 달리다' 는 현재 국내 상영 중인 '섈 위 댄스' 와 더불어 일본영화의 대체적인 수준을 엿보게 하는 작품이다.

국제영화제 수상작은 아니지만 2차 일본대중문화 개방에 따라 '전체관람가' 조건을 만족시킨 '섈 위 댄스' 처럼 한국인의 기여도가 인정돼 수입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1994년 2월 북한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최씨가 이듬해 1년간 한국유학을 끝내고 일본으로 돌아가 98년에 연출한 '개 달리다' 는 최 감독의 출세작인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93년작)와 마찬가지로 일본 감독들이 외면해온 재일 외국인들을 소재로 한 코미디 범죄영화다.

영화 전편을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 마약과 매춘, 범죄를 일삼는 신주쿠 가부키초에서 촬영해 리얼리티가 넘친다.

대사가 거칠고 죽은 여인과 섹스를 하는 시늉 등 몇 장면이 지저분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일본에서는 '최양일답게 밑바닥 삶들의 현실을 그대로 살렸다' 는 평가를 얻었다.

일본인 형사의 정보원으로 활동하며 별도 밀입국조직 등을 거느리고 있는 한국인의 캐릭터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비친다. 그러나 최 감독이 어느 자리에서 밝힌 영화관을 들어보면 그렇게 기분 나쁜 것만도 아니다.

"나의 국적은 한국이지만 생활은 일본에서 하고 있다. 나는 결코 영화에 민족성을 담으려 하지 않는다. "

신주쿠경찰서의 나카야마(기시타니 고로)형사는 부패경찰의 전형이다. 한국인 정보원 히데요시(오스기 렌)와 결탁하여 야쿠자에 경찰단속 정보를 흘려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한편 범죄수사에도 열을 올린다.

그리고 나카야마의 연인인 상하이 출신 창녀 모모(도가시 마코토)는 나카야마 몰래 히데요시와 손잡고 암달러상.매춘.밀입국알선 활동을 벌인다. 등장인물 모두가 끝없는 욕망의 노예가 되어 있다.

배신.우정.애정이 적절히 맞물려 겉으로 평온하던 이들의 관계는 모모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완전히 뒤집히면서 경찰과 야쿠자 조직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이어진다. '개 달리다' 라는 제목이 풍기는 이미지 그대로다.

1972년 조명기사로 영화계에 첫발을 디딘 최감독은 오시마 나기사(大島渚) 감독 작품인 '감각의 제국' 조감독을 거쳐 83년 극영화 '10층의 모기' 로 감독으로 데뷔했다.

오시마 감독과 그의 친분은 지난달 칸영화제에서 열렸던 '고하토' 공식 기자회견에서 고령인 오시마 감독을 옆에서 부축해줬을 정도로 돈독하다. 10일 개봉.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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