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흉악범죄 시민들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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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치안이 흔들리고 있다.

새벽 귀가길의 40대 여인이 흉기에 수십차례 찔려 숨지는가 하면 여성의 토막시체가 발견되는 등 흉악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해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 토막 살인〓5일 낮 12시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부근의 도림천 둑에서 20~30대 여성의 다리 두쪽과 손목 등 시체 일부가 발견됐다.

다리 등은 날카로운 흉기로 절단돼 있었다.

목격자 李모(52.이발사)씨는 "인근에서 노인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돌아가던 중 50ℓ짜리 쓰레기 봉투에서 한쪽 다리가 삐죽 나와있는 것을 발견했다" 고 말했다.

또 동일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손목은 다리가 발견된 지점에서 2백40여m 떨어진 도림천 교각 밑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다리에 털이 거의 없고 손가락에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는 점으로 미뤄 여성의 시체로 추정된다" 고 밝혔다.

경찰은 쓰레기봉투 겉면에 '영등포구청' 이라 쓰여있는 점을 중시, 이 봉투를 사용하는 여의도광장.국회의사당.신길3동 일대를 중심으로 수사 중이다.

◇ 연이은 흉악 범죄〓5일 오전 2시45분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주택가 골목길에서 귀가하던 李모(42.여.미용실 종업원)씨가 흉기에 가슴.옆구리 등 20여곳을 찔려 숨졌다.

李씨의 남편 鄭모(48)씨는 "저녁에 친구 2명과 함께 노래방에 간다며 외출한 아내를 기다리다 잠들었는데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아내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 10개를 수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DNA감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주변의 정신이상자나 우발적 범행일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지난달 31일 오전 3시쯤에는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 건어물상가에서 경비원 金모(58)씨가 목과 복부 등 15군데를 흉기에 무자비하게 찔려 숨졌다.

경찰은 잔인한 살해 수법으로 미뤄 면식범의 소행이라고 추정할 뿐 이렇다 할 단서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경기대 주희종(朱熙鐘.사회학)교수는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마음 속에 내재해 있는 분노와 증오가 엄청난 공격성향으로 나타나면서 잔혹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고 분석했다.

◇ 강력범죄 증가〓강도사건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1천7백51건이 발생했으나 올해에는 2천2백77건이 발생, 무려 5백건 이상 증가했다.

살인사건도 올들어 5월까지 3백52건이 발생했다.

유난히 살인사건이 많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백71건보다는 다소 적지만 평년(1998년 3백40건)에 비해서는 높은 수치다.

강갑생.기선민.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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