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현안 풀기] 2. SOC협력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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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협력사업은 어떻게 추진할까. 또 이 사업은 경협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중앙일보가 위촉한 정상회담 보도 자문.기획위원들에게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철도.도로 등 끊어진 것을 다시 잇는 작업부터 시작하는 게 순서라고 제안한다.

◇ 철도.도로 남북 잇기〓전문가들은 철도.도로망 복원사업이 경협 투자비용을 줄이는 경제적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동용승(董龍昇)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장은 "철도.도로 등을 연결하면 대북 단기 투자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며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게 남북 모두에 유리하다" 고 말했다.

현재 인천~남포간의 20피트짜리 컨테이너 수송비는 약 1천달러로 인천~다롄(大連)간의 약 2배다.

그런데 경의선이 복원되면 2백달러 선으로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경제효과 때문에 전문가들은 경의선.경원선 및 금강산 철도망을 시급히 복원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도로 연결도 경협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허문영(許文寧)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실장은 "서울~판문점~개성~평양간 기존 도로를 남북 물동량 교역루트로 활용하고 국도 7호선 간성~장전을 연결해 금강산 관광 및 동해안 물동량 수송라인으로 이용할 경우 경협 기반이 훨씬 좋아질 것" 이라고 말했다.

◇ 에너지 협력〓SOC 지원 중 에너지 부문, 특히 산업용 전력이 시급하다.

윤대규(尹大奎)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북한의 심각한 에너지난을 해결해주기 위해 남한에서 남아도는 무연탄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 고 제안했다. 현재 남한에서는 무연탄 소비감소로 약 1천만t 가량의 재고가 남아 있다.

허문영 실장도 "북한 화력발전소의 정상가동을 위해 석탄을 지원해주고 남한의 잉여전력을 북한에 보내주기 위한 송전탑 건설을 우선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고 말했다.

남한에서는 계절에 따라 전력 과잉상태이기 때문에 잉여전력 송출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에너지에 대한 합작투자는 남북 모두에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尹부소장은 "남북이 협력해 에너지 설비를 건설하게 되면 남한은 입지선정.환경부담 등에서 벗어나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북한은 에너지난을 해결할 수 있어 서로 득이 된다" 고 강조했다.

◇ SOC의 국제경쟁력〓전문가들은 SOC 협력사업에서 국제경쟁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배종렬(裵鍾烈)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SOC 협력사업을 제대로 잘 하자면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고 말했다.

문제는 국제경쟁력에 대한 북한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 그는 "북한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 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SOC 협력사업이 우리 건설업계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이우영(李宇榮)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과도경쟁.시장축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건설업체들이 북한 SOC 건설에 참여하면 새 돌파구를 열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신중론도 무시할 수 없다. 북한이 SOC 협력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소극적 태도로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裵연구원은 "당분간 남북간 기존 물류시스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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