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지도층 추문…갑갑한 여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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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와 민주당이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분위기 쇄신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의 자금난, 주가 폭락 등으로 국민 사이에 제2의 경제 위기설이 퍼지고 있다. 그런 참에 '광주 술자리' 파문, 여권 인사의 성추문 논란이 터져나와 집권층의 도덕성까지 훼손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면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흐릴 수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지적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쇄신할 방법으론 '인사 개편이 적절하다' 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6일 청와대 당무보고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말했다.

그런데도 이를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 여권의 고민이다. 이한동(李漢東)총리서리가 국회에서 아직 임명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정상회담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회담 전에는 '인사를 보류한다' 는 것이 金대통령의 방침이라고 한 측근은 설명했다.

金대통령은 30일 국무회의와 다음달 3일 호르스트 쾰러 IMF 총재 접견 외에는 이번주 일정을 모두 비워 놓을 정도로 남북 정상회담에 정성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상회담 이후 金대통령의 국정 운영 구상과도 맞물려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시적인 땜질 처방보다 정상회담 이후 집권 후반기를 관리할 근본적인 여권체제 개편이 필요하다" 는 것이다.

'5.18 술판' 구설수에 몰린 문용린(文龍鱗)교육부장관이나 이선(李)KIET 원장의 성희롱 논란에 대해 여권에선 "일단 경위를 알아보고 대처해야 한다" 면서 시간을 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첫째, 도덕성 재점검이다. 문제가 생길 여지를 미리 차단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여권 내부의 긴장도를 높인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가 29일 지도층의 도덕 재무장을 강조한 것도 이같은 기류를 반영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金대통령은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중.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부패추방 운동도 지속적으로 벌이도록 지시했다.

또 한가지는 사회단체를 통한 캠페인이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터진 일련의 사건들은 과거정권부터 오래 누적돼온 사회적 병폐" 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도덕적 문제에 정부가 나서기보다 사회에서 정화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청와대 관계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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