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북한 송금은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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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대사태' 로 통일부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금강산관광.서해공단 조성 등 남북경협에서 현대의 비중이 절대적인 때문이다.

특히 우려하는 대목은 현대사태 여파가 보름 앞으로 다가온 정상회담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북 인프라 지원 구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점. 학생소년예술단을 이끌고 서울에 온 북한 아태평화위 간부들도 우리측 관계자들에게 현대사태의 추이를 묻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현대측이 1998년 11월 금강산 관광선 첫 출항후 북한에 지불한 달러는 모두 2억4천6백만달러. 30일에도 5월분 1천2백만달러를 차이나뱅크 마카오 지점의 북한계좌로 입금해야 한다. 문제는 현대가 앞으로 2005년 2월까지 매달 1천2백만달러씩 총 9억4천2백만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 우리 돈 1조5백5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부담은 커지지만 연간 50만명을 실어 나르겠다던 관광객은 98년 이후 전부 합쳐도 24만명을 겨우 넘었을 뿐이다. 29일 출발한 풍악호는 정원의 절반 가량인 4백명만이 탑승했다.

현대가 지난해 10월과 올 1월 사이 보낸 컬러TV 5만대도 문제다. LG전자 등에서 7백40만달러에 사들여 북한에 연불수출(외상)로 준 때문이다.

98년 6월 소떼 방북 때 보낸 트럭 1백대와 승용차 70대도 마찬가지다. 또 29일 서울에 온 평양교예단 초청에 들어간 비용 3백만달러(현금)와 2백50만달러어치의 컬러TV 중 상당 부분도 주 협찬사인 현대가 부담했다.

이밖에 24일 완공된 장전항 부두 등 금강산개발 장비.인력도 계속 들어가고, 북한에 지어주기로 약속한 평양 체육관도 곧 본격 공사를 벌여야 할 형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대의 대북 송금에 대한 '군사비 전용(轉用)의혹' 이 가라앉는가 싶더니 이젠 아예 대북사업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번질 조짐이어서 걱정" 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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