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의 新방위전략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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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워싱턴 포스트가 26일 보도한 미 국방부의 세계 방위전략 변화 보고서는 21세기 미군의 군사전략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포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국을 최대 가상 적국으로 규정하고, 전략의 요충을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전하며, 한국과 일본의 방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에 들어간다는 것이 핵심적 내용이다.

◇ 전략요충지 변화〓이 보고서에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두려움이 잘 나타나 있다. 미군 핵심 전략가인 앤서니 지니 장군은 "향후 10년 내에 모든 주요 작전은 중국을 의식해야 할 것" 이라고 단언했다.

미국은 중국의 대만 합병을 인정할 경우 중국이 제1차 세계대전 이전 독일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사전에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군은 공격용 잠수함을 중국 지역에 전진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군 관계자는 "몇년 전까지 태평양과 대서양의 잠수함 배치 비율이 40대 60이었으나 이제는 50대 50이 됐다" 고 밝혔다.

미 국방부가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도 종전에는 중동과 서아시아 등에 집중됐으나 최근에는 3분의2 가량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전략 분석가들은 "유럽에는 더 이상 미국의 핵심적 이해관계가 걸린 곳이 없다. 이제는 아시아가 가장 중요하다" 고 공언하고 있다.

◇ 한국과 일본〓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한반도에서 북한의 위협이 사라진 뒤 주한 미군을 계속 주둔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다음달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이후 당장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아시아 지역을 최대의 전략 요충지로 보는 이상 주한 미군의 철군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신 미군측은 주한 미군이나 주일 미군의 위상과 역할을 바꿔 과거처럼 우월적 지위를 누리던 것을 포기하고 현지 정부와 협조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은 또 일본이 군사 대국화 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이 군비를 강화할 경우 일본이 그 뒤를 따를 게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관심은 일본의 군비 증강을 인정하되, 일본이 1930년대처럼 주변국에 대해 세력을 확대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모아지고 있다.

◇ 동남아시아〓미군은 필리핀.싱가포르.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증대시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필리핀에는 미군 주둔지역을 만들지 않는 대신 수시로 작전을 펼 수 있는 군사시설을 확충하고, 싱가포르에도 미국의 핵 적재 항공기가 착륙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 노력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코언 미 국방장관이 최근 베트남을 방문한 것도 이같은 장기적 개선 노력의 일환인 것으로 알려진다.

◇ 장비 개선〓미군은 아시아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유럽지역을 대상으로 개발했던 무기들과는 다른 종류의 무기가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군은 장거리 공수능력이 있는 C-17 계열의 수송기 등을 많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장거리 미사일.공중 급유기와 아시아의 지형에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기종의 비행기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아시아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미군 내에서 육군보다 해군과 특히 공군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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