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인터넷 종량제 신중하게 다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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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KT가 인터넷 사용자의 상위 5%가 전체 인터넷 사용량의 50%를 차지하고 있다는 자료를 국회에 제출해 인터넷 종량제 도입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현행 월 2만~4만원대의 정액제 대신 사용하는 데이터 양만큼 요금을 차등 부과하자는 것이다. KT는 "해마다 추가 회선 확보에만 500억~600억원이 든다"며 "소수의 대량 이용자를 위해 다수의 일반 사용자가 요금을 보조하는 정액요금제는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누리꾼(네티즌)들은 "인터넷 요금은 회선 용량에 따라 월 이용료를 받고 있어 부분 종량제나 마찬가지"라며 "KT의 주장은 요금을 올리기 위한 명분 찾기"라고 반박한다. 인터넷 요금이 오르면 서민들의 정보 접근을 가로막아 정보의 빈부 격차가 확대되고 PC방이나 게임 등 관련 산업도 타격을 받는다는 게 누리꾼들의 주장이다.

초고속 인터넷은 국내 보급률이 80%에 달하고 3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최대 정보 유통망이다. 인터넷 확산에 정액요금제가 큰 기여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네트워크 자원이 유한한 만큼 이제는 정액제 개선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종량제가 도입되면 데이터 사용량 감소에 따라 인터넷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쓰레기(스팸)메일이나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 등 부작용도 덜 수 있다. 하지만 사업자의 이익만 좇아 종량제 도입을 서둘러선 안 된다. 종량제를 고수하다 인터넷 후진국으로 전락한 유럽 국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통부는 지난해 부가통신이던 초고속 인터넷을 기간통신으로 지정한 바 있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량제 도입 논란에도 정통부가 적극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 인터넷 사업자의 영업보고서를 토대로 초고속 인터넷의 원가를 면밀히 분석하고 설비 고도화.관련 산업 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인터넷 회사들 역시 다양한 요금의 상품부터 출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종량제를 도입하면 적게 쓰는 사용자에게는 확실하게 요금을 내려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