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5월]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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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시조백일장은 월말마다 독자들이 보내온 시조 중 우수작을 뽑아 지상에 발표합니다.

연말에는 우수작을 쓴 사람들의 신작을 받아 심사한 뒤 연말장원을 가려 수상하며 시조시인으로 등단하는 자격을 드립니다.

보내실 곳 : 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 문화부 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팩스 02-751-5598.

<심사평>

이른바 N세대라 불리는 고교생들의 응모작이 다달이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퍽 고무적이다.

하지만 그들의 작품에서 N세대의 발랄한 감수성을 발견하기 어렵고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할 수 밖에 없다.

연초록 오월에는 장원에 나대영씨의 '바다' , 차상에 김현수씨의 '요즘 고향' , 차하에 정하선씨의 '단오 부채' 를 각각 뽑았다.

'어쩌면' 이라는 능청스런 수사를 통해 '눈물' 을 은폐하고 싶은 장원작 '바다' 에는 눈물→설움→탄식으로 고조되는 비극적인 아름다움의 시적 구도가 펼쳐진다.

'나뉠 수 없어' 수평선에 닿은 격정의 바다(파도)를 탄탄한 구도 속에 잘 그려내고 있다. 대상(세상)을 긍정적으로 밝게 바라보는 경향의 작품도 함께 보고 싶다.

차상인 '요즘 고향' 에는 국토의 난개발로 시끄러운 신문지상의 한 컷짜리 '시사만평' 이 들어 있다.

마구 파헤쳐지고 잘려나가는 산허리에 1급 장애를 가한 인간은 자연에 어떤 치유와 보상을 해주어야 할까? 주막에서 탁주 한사발에 정담을 나누던 목소리가 이제는 팬텀기의 굉음으로 묘사되는 시절이 되어버렸다. 김현수씨의 호흡이 긴 작품을 기대해 본다.

차하 '단오 부채' 에는 부채의 제작과정이 시적 구도 속에 무리없이 형상화되는 가운데 부채얼굴에 '네 마음' 과 '내 마음' 을 '아교풀' 로 맞붙이고 싶은 아름다운 연정이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열흘 남짓 있으면 단오절이다. 우리에겐 옛부터 단오에 부채를 선물하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었다.

'단오 부채' 가 만들어낸 산수화가 그려진 쥘부채에, 태극무늬 들어 있는 둥글부채 자루에 옥으로 꾸민 매듭 선추(扇錘) 하나 달아주고 싶다.

심사위원〓윤금초.홍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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