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쓰레기통 안전하고 깨끗하게 이용할 방법 없을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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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길거리에서 음료수를 마신 뒤 병을 가방에 넣고 다니다 남은 음료가 흘러내려 낭패를 당한 적 있으시죠? 코 푼 휴지를 돌돌 말아 손에 쥐고 다닌 경험은요? 자판기 위에 줄줄이 놓인, 빈 종이컵을 보신 적도 있을 겁니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올려놔 가분수가 된 쓰레기 봉투도요. 모두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어 생긴 문제들이지요.

길거리에서 쓰레기통을 찾기 힘들어진 건 언제부터일까요.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시작되면서부터입니다. 일부 시민들이 쓰레기 봉투 구입비를 아끼기 위해 생활 쓰레기를 공공 쓰레기통에 갖다 버렸습니다. 공공 쓰레기통은 넘쳐났고 주변은 지저분하면서 악취가 풍겼습니다. 구청이 공공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요. 서울시는 이런 이유로 7600개이던 도로변 쓰레기통을 3600개로 줄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2007년에는 5000개로 늘어났습니다.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것을 단속하기 시작했는데 애연가들이 “쓰레기통이 없는데 어디다 버리란 말이냐”며 큰소리 쳤습니다. 이 때문에 담배꽁초나 휴지 같은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쓰레기통이 다시 증가했습니다.

한편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메트로는 2005년 8월 지하철역 안에 있던 공공 쓰레기통을 모조리 없앴습니다. 한 달 전 영국 런던 지하철 테러로 52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 계기였습니다. 불투명한 쓰레기통에는 테러범이 폭발물을 숨기기가 쉽고 인화성 물질이 들어 있기라도 한다면 화재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안전 문제를 위해 쓰레기통을 없애자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음료수 캔이나 과일 껍질, 보고 난 신문 등을 버릴 곳이 없어져 불편해진 때문입니다. 이에 서울메트로는 내년 3월까지 1~4호선 117개 역사에 쓰레기통을 다시 설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안전을 위해 안이 들여다 보이는 투명한 쓰레기통을 설치할 계획이랍니다. 승강장은 제외하고 승강장 위층의 대합실 쪽에만 놓는다는군요.

늘려도 문제, 줄여도 문제인 공공 쓰레기통. 안전하면서도 깨끗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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