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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밭 대신 ‘콩논’ 매는 아낙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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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정부가 내년부터 논에 벼 대신 콩·옥수수 등 다른 작물을 심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연이은 풍작으로 남아도는 쌀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논에 다른 작물을 심는 전작(轉作)을 선택한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3일 남아도는 쌀의 생산은 줄이고 대신 자급률이 떨어지는 작물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논작물 다양화’를 내년부터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작 대상지는 평균 생산량보다 소출이 떨어지는 중산간 지역의 논 3만㏊ 정도다.

현재 우리나라의 논 104만㏊ 가운데 92만㏊에서 벼농사가 이뤄지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평년작을 기준으로 16만t 정도의 쌀이 남는 상황”이라며 “1만㏊당 5만t 정도의 쌀이 생산되므로 3만㏊가량 줄이면 수급의 균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작물로는 콩이 가장 유력하게 꼽힌다. 이미 공급이 포화상태인 작물로 바꿀 경우 그 작물 가격이 폭락해 다른 농가에도 피해가 된다. 반면 콩은 자급률이 28%에 불과한 데다 국산 콩을 이용한 고급 식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생산을 늘려도 시장에서 소화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옥수수와 시장이 막 생기고 있는 ‘가공용 쌀’도 대체작물 후보에 올라 있다.

문제는 가격 차이다. 현재 벼농사를 지으면 ㏊당 연평균 627만원의 수익을 올린다. 콩은 428만원에 그친다. 이 차이를 메울 수 없다면 농가들이 벼농사를 포기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전작을 하는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지는 않기로 했다. 대신 농기계를 싸게 빌려주는 등 비용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소득 차이를 보전해줄 방침이다. 농수산식품부 김남수 농산경영과장은 “중산간 지역의 논은 연간 생산량이 500만원대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며 “그러나 이런 논도 경지 정리가 잘돼 있기 때문에 농기계를 투입해 콩을 심으면 밭에서 재배하는 것보다 수확이 늘어 농가소득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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