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비평 잡지 편집장 샤를 테송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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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소르본 대학교수이자 프랑스 최고 권위의 영화비평 잡지인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장인 샤를 테송을 만나 영화의 앞날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 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들을 분석하면.

"20세기 초 삶의 모습, 아니면 20세기에 일어났던 나라와 나라간 교류, 특히 유럽과 미국간 장소 이동을 그린 영화가 많았다.

제임스 아이보리의 '골든 볼' 에는 유럽 대륙과 미국,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격정적인 운명' 에는 프랑스와 미국의 관계가 배경에 깔려 있다.

라스 폰 트리에의 '어둠 속의 댄서' 역시 미국에서 죽음을 맞는 체코출신 여자 이민자의 삶을 그렸다."

-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20세기 초 영화의 기원을 더듬어 올라가며 현재의 글로벌시대를 말하고 있다고나 할까. "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보이는가.

"코엔 형제의 '친구여, 그대는 어디 있나' 를 보면 화면에 색을 입히고 컴퓨터 작업을 한 흔적이 곳곳에 나타난다. 하지만 나 개인으로서는 그런 새로운 방식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 인터넷 시대에 영화도 많이 달라지지 않겠는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영화가 보급되는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질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매체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 결과 아마추어 영화가 많이 쏟아지리라 본다. "

-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디지털이 기술, 경제 양면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영화제작비용을 낮출 것이고 대중들이 보다 쉽게 영화에 접근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미학적인 면에는 위험한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디지털의 등장으로 쓰레기 같은 영화가 양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영화를 보면 카메라의 움직임에 그런 불길한 조짐들이 느껴진다."

- 그런 위험을 차단하려면.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는 그래도 감독이 중요하다. 카메라를 다루는 사람의 역할이 여전히 크다는 말이다.

카메라를 가졌다고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감독들의 역량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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