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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생각은…

값비싼 전기 효율적으로 이용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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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올겨울은 예년과 달리 유별나게 춥게 여겨지는 겨울철이 될 것 같다.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경제 한파가 이제 겨우 한고비를 넘긴 상황에서 그동안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시 서서히 상승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에너지 이용의 효율성 확보를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우선 시급한 부분이 전기의 효율적 사용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요금이 유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전기의 경우 아직도 많은 사람이 문명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요금 규제가 유류에 비해 엄격하다. 이러한 정책적인 배려가 긍정적인 면도 갖고 있지만 가격 구조의 왜곡으로 인해 오히려 에너지 낭비요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좋은 예로 전기요금과 유류가격의 원가 반영 구조를 비교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류가격의 경우 국제시장에서 수입해 오는 도입 원가에 소비자 가격이 연동됨에 따라 국제 연료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 가격이 즉시 원가와 연동해 인상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게 되고, 연료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다시 가격 하락으로 소비가 증가해 유류의 소비가 연료가격에 자연스럽게 반응하게 된다. 반면 전기요금의 경우 전력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연료의 98%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시장의 연료가격 인상으로 전력 생산 원가가 상승해도 이것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국제연료가격의 인상을 체감하지 못해 에너지 절약의 시급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난방요금의 경우 단위 발열량 기준 가장 고급 에너지원인 전기난방이 유류난방보다 저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유류 가격은 원가 연동제로 소비자 가격으로 반영되는 데 비해 전기요금은 연료비와 연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제도하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매년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자원의 배분이 왜곡돼 에너지 낭비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폐단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제 소비자들도 전기 상품에 대한 합리적인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전기요금을 연료비와 연동시켜 연료가격에 따라 전기 소비의 탄력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정부에서도 이미 연료비 연동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매우 시의적절하고 합리적인 정책으로 판단된다. 갈수록 자원 확보 경쟁이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가 아닌가. 이제는 소비자들도 합리적인 전기요금 지불을 통해 에너지 절약에 기여하고, 또한 정부의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에 적극 동참해 후손에게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더 물려주기 위한 배려가 절실히 요구된다.

전종택 전력거래소 부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