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증권사직원 의보료만 1억3천여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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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해 의료보험료로 1억3천1백여만원을 납부한 30대 초반 직장인이 보건복지부의 표창을 받는다.

복지부는 1999년 40여억원의 연봉을 신고, 이의 3%를 의료보험료로 납부한 대기업 계열사인 X증권 경북지역 지점의 H차장(33)에게 장관 표창장을 주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그는 올 1~3월에도 5천9백여만원의 의료보험료를 내 지난해 1월 이후 15개월 동안 2억원에 육박하는 의보료를 냈다.

의보료의 절반(연봉의 1.5%)은 회사(사용자)측이 부담하므로 이 기간중 그가 실제로 월급에서 납부한 의보료는 약 1억원이다.

특히 그는 지난해 9월 웬만한 직장인의 연봉에 해당하는 2천3백여만원을 한달치 의보료로 냈다.

그의 월평균 의보료 1천2백70여만원은 5백만 직장의료보험 가입자 월평균액(4만1백32원)의 3백16배에 이른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의원이 발표한 30대 재벌 총수의 월평균 의보료는 27만5천원,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이 발간한 '2000년도 의료보험료 조견표' 에 따른 국무총리의 의보료는 27만천여원이다.

하지만 H씨와 그의 가족이 15개월간 치료비 등으로 돌려받은 의보료는 89만여원으로 납부한 의보료의 0.5%에도 미치지 못했다.

X증권 의보조합 張모 사무국장은 "그가 낸 억대의 의료보험료는 결국 우리 사회 저소득층의 의료 혜택으로 사회에 환원된 셈" 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D대 중퇴 이후 지방의 건설회사에 입사했다가 퇴사후 주식투자를 시작한 H씨는 96년 5월 그를 지켜보아온 X증권에 전격 스카우트됐다. 이후 그는 10여명의 고객을 '큰손' 으로 만들어주는 실력을 발휘, 실적에 따라 급여를 받는 계약조건에 따라 거액의 소득을 올렸다고 한다.

그는 "주식 투자로 돈 많이 번 게 자랑이 될 수 없는데다 아직 모자라는 게 너무 많아 전면에 나설 수 없다" 며 공식적인 인터뷰 요청을 한사코 거부했다.

그를 스카우트한 K지점장은 "H차장은 직장 내에서 돈많이 버는 티를 전혀 내지 않는 것은 물론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낼 때도 이름 한번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고 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7월 통합의료보험 출범에 맞춰 H씨에게 공로자 표창을 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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