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총리, 수십억대 부동산 명의신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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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태준(朴泰俊)국무총리가 포항제철 회장과 민자당 대표이던 1988~93년 거액의 부동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구입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朴총리의 재산관리인이자 부동산을 명의신탁받은 조모(60)씨가 세무서의 증여세 등 부과처분에 불복해 낸 소송의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金治中부장판사)는 17일 조씨가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이 부당하다며 서울 역삼세무서를 상대로 낸 20여억원의 증여세 등 부과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부과된 세금 중 7억6천여만원을 취소하라" 고 판결했다.

朴총리와 부인 장옥자씨가 조씨 명의로 사들인 부동산은 서울 중구 을지로 토지 29평.건물 96평의 일부 지분 등 모두 6건이다. 당시 구입 가격은 58억원 이상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구(舊)소득세법상 재산의 명의자와 실소유자가 다를 경우 실질 소유자가 명의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조세 회피를 방지해 조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 이라고 밝혔다.

또 "문제의 부동산 6건 중 4건은 朴씨와 부인이 구입한 뒤 원고 명의로 임대사업을 해온 사실이 인정되는 바 이는 공인인 朴씨의 재산취득 사실 공개로 명예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고 종합소득세 등을 줄일 목적이 있었다고 보여진다" 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하지만 "나머지 두건의 부동산을 명의신탁한 것은 朴씨가 공직자로서 다량의 재산을 취득한 것이 알려질 경우 입을 불이익을 피하려는 목적이었을 뿐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 덧붙였다.

조씨는 이 부동산이 모두 자신의 소유임에도 세무서측이 오판, 부당한 세금부과를 했다며 98년 소송을 냈다.

朴총리는 문제가 된 6건의 부동산 중 1건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팔았고 나머지 부동산도 96년 8월 자신의 명의로 되돌린 뒤 97년 7월 공직자 재산등록 때 포함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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