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 주파수 경매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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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통부가 차세대 개인휴대영상전화(IMT-2000)사업자 선정방식의 하나로 주파수 경매제도를 들고 나온 것은 추가 공적자금 조성에 대한 정부의 사정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파수 경매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법률도 개정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에 따라 이통업체들은 경매제 도입 검토를 정통부의 여론 떠보기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안병엽 장관이 직접 경매제를 거론하고 이 제도를 처음 제기한 정치권의 분위기도 예사롭지 않아 통신업계는 긴장하는 표정이다.

정부가 주파수 경매제를 공론화시킨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풀이된다.

우선 경매제가 시행되면 정부가 적어도 수조원 이상의 경매대금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불안 해소를 위해 공적자금 마련이 다급한 정부로서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특히 IMT-2000에 사활을 건 국내업체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서라도 사업권을 따낼 것으로 보인다.

또 경매만큼 사업자 선정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제도가 없다.

셀룰러 폰과 PCS를 비롯해 사업계획서 심사방식으로 진행된 통신사업자 선정은 한결같이 특혜설이 불거져 담당 공무원이 국회 청문회에 소환당하는 곤욕을 치렀다.

마지막으로 외국 통신업체들도 경매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安장관은 "정부가 1995년 PCS사업자 선정 때 5천억원의 출연금을 거둬 국내 정보통신 연구개발 자금으로 지원했는데 외국업체들이 반발했다" 고 소개했다.

외국업체들이 "한국의 연구개발 자금을 왜 우리가 대느냐" 고 따진 것. 정통부는 경매에 부치면 외국업체들도 승복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러나 주파수 경매제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다.

우선 '돈 놓고 사업권 따기' 라는 여론의 반발이다.

PCS업체 선정 때 경매제도가 검토되다 무산된 것도 이때문이다.

또 경매제가 시행되면 외국업체들의 국내시장 독식이 우려되고 있다.

앞선 기술과 막강한 자본조달 능력을 앞세운 외국업체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매에 참가하면 국내업체들이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은 주파수 경매제에 절대 반대다.

이들은 주파수 경매제가 IMT-2000사업의 초기 투자비용을 '천문학적으로' 늘려 업체들에 부담을 주고, 이는 결국 통신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주파수 경매제는 미국이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1996년 처음 도입했지만 거액을 들여 사업권을 따낸 넥스트 웨이브는 곧 도산하고 말았다. 최근 영국과 독일이 IMT-2000의 주파수 경매를 실시했지만 외국업체간의 돈싸움으로 변질돼 버렸다는 지적도 있다.

이철호.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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