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돋보기] 열쇠 꽂아둔 차 다른 사람이 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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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고법 민사9부는 19일 S보험사가 주차장에서 남의 차를 운전하다 사고를 낸 모 백화점 납품업체 직원 신모(37)씨와 백화점 등을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열쇠를 꽂아놓은 채 차를 세워둔 차 주인도 20%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주차 등을 위해 열쇠를 꽂아두는 경우 차량 조작 방법에 익숙하지 않은 제3자가 운전하다 실수로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차 주인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주차공간이 부족한데도 고정적인 주차 관리요원을 배치하지 않고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백화점 측은 25%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화물트럭을 모는 김모씨는 서울시내 모 백화점에 왔다가 지하 주차장에 공간이 없자, 신씨가 세워둔 승합차 앞에 트럭을 세운 뒤 열쇠를 꽂아두고 내렸다. 신씨는 자신의 차를 빼려고 김씨의 트럭을 후진시키다 가속기를 잘못 밟아 주차장 내 자재창고에서 일하던 이모씨를 치어 숨지게 했다.

김씨 트럭의 보험사는 숨진 직원의 유가족에게 3억원을 지급한 뒤 신씨 측과 백화점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앞서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차량 소유주인 김씨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신씨와 백화점 측이 3억원을 모두 물어내라고 판결했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다른 차들의 편의를 위해 운전자가 주차장을 떠나면서 차 열쇠를 꽂아둔 점은 인정되지만 사고가 났을 경우 일정 부분 법률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차 열쇠를 꽂아두면 누구라도 차를 운전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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