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향리 사람들의 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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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도 화성군 매향리 미공군 사격장 폭격훈련 피해 사태는 한.미 양국이 미군 주둔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 문제를 보다 넓게 인식하고 대응할 때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사태는 매향리 주민들에게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1951년 앞바다의 농섬을 사격장으로 사용하다가 68년 육지 80만평까지 확대한 이후 주민들은 하루하루를 소음과 불안 속에 살고 있다.

오폭과 불발탄 폭발로 숨진 주민이 9명에 이르고 21명이 다쳤다고 한다.

주민들이 88년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생존권 투쟁' 을 벌이고, 집단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냈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없다.

왜 그런가. 항상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방패로 삼는 미군측만을 탓할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주민의 불편을 적극적으로 챙겨 대책을 마련하고 미군측과의 협상에 나섰어야 했다.

과거 정권이 미군의 국가안보 기능만 중시해 주민들의 생존권을 등한시한 책임이 크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미군의 사회 문제와 대책을 고작해야 범죄 정도로 국한했던 시각을 재산권 행사나 환경 문제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매향리 사람들의 고통을 치유할 대책은 사격장 이전이나 주민 이주라는 두가지 선택밖에 없다.

우리 해군이 해상 표적으로 사격훈련을 하는 것과 같은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주민 이주대책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주민들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정부가 실태파악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주민들간 입장이 다를 수도 있으므로 이주나 보상 등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어떤 경우든 미군측과의 협의가 불가피한 만큼 매향리의 경우만 생각하지 말고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다른 지역의 문제들도 함께 점검해 미군과 지역주민과의 마찰을 해소할 장기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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