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을 말한다] 박동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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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전통문화계의 홀로 아리랑' . 동국예술기획 박동국(41)대표의 별명이다.

비록 돈 안되는 국악 공연을 10년이 넘게 해 오면서 집도 날리고, 빚도 많이 졌지만 국내 유일의 국악 전문 기획사 대표라는 데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박씨는 "예닐곱 살 때 눈물을 흘리며 여성국극이나 창극 공연을 보았던 것을 잊을 수 없다" 고 말한다.

그때 받은 감동이 우리 것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이어져 고교시절엔 독학으로 대금 연주를 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다 중도에 집어치운 뒤 추계예술대학 국악과에서 대금을 전공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앞에서도 연주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지만 집안의 반대가 심해 신문사.잡지사 등의 기획일, 이벤트 회사 근무, 자동판매기 사업 등 인생유전을 많이 겪었다.

그는 아직도 대학 졸업장이 없다.

그런 와중에도 전통문화인들과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는 대부분 가난하고 인기가 없는 이들을 보며 우리 문화예술이 세계로 나아가려면 전문 기획사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1989년 동국예술기획을 설립했다.

박씨는 국악뿐만 아니라 한복 패션쇼 등 전통예술의상 관련 기획과 전통과 현대의 만남에도 관심이 있다.

'명무명인전' 외에도 한.중.일 명무명인전 교류공연, 한.미 친선 전통음악제, 올해 광주 비엔날레 개.폐회식 공식행사 등을 주관했다.

그는 자신을 "멍하고 맹하다" 고 평가한다. 영리한 사람 같으면 진작에 그만뒀을 일을 10년이 넘게 해왔으니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에 미치면 모든 정성을 쏟는 성격이니만큼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계속 갈 것이라고 말한다.

박씨는 올 하반기께 앞으로 전통예술의 맥을 이어갈 30~40대의 예술가를 주축으로 한 '한국의 소리와 몸짓' 공연을 선보이고 '명무명인전' 과 마찬가지로 매년 이어갈 계획이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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