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YS 회담] 무슨 얘기 오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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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남북정상회담 의견교환〓두 사람은 식사를 하기 전에 이미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으로부터 10분간 정상회담 준비상황을 보고 받았다.

YS는 1994년 김일성과의 정상회담 준비 경험을 소개했다.

▶YS〓북한이 지난 50년 동안 일관되게 주장해온 게 미군철수와 보안법 폐지인데 그 중 하나만 받아들여도 적화통일 야욕을 드러낼 것이므로 수용해선 안된다.

주한미군 철수나 보안법 폐지는 우리 문제지 자기들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는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DJ〓그렇다고 생각한다.

▶DJ〓그 당시(1994년) 무슨 합의를 하려고 했나.

▶YS〓김일성 주석과 핫라인을 개설하려고 했다. 1천만 이산가족 상호방문 문제도 합의하려 했다. 상호체제 인정과 불가침협정도 체결하려고 했다.

일단 남북정상간 만나는 게 중요해 너무 무리한 요구는 하지 말라고 협상 때 이홍구 총리에게 내가 당부했다.

이홍구 총리와 김용순 위원장간에 회담하는 걸 폐쇄회로로 보면서 2차회담 서울서 하는 걸 무리하게 성사시키려 하지 말라고 그 자리에서 직접 지시했다.

◇ 국내정치〓DJ와 YS는 국내정치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먼저 YS가 "정상회담도 좋지만 이 얘기는 하지 않을 수 없다" 며 "金대통령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민주주의를 안 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고 朴의원이 소개했다.

YS는 "야당파괴.언론탄압.편중인사.정치보복.부정선거를 했기 때문" 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취임 초 金대통령을 도와주라는 얘기를 했는데 야당의원을 36명이나 빼가는 것을 보고 이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도와줄 수가 없게 됐었다" 고 그동안 자신이 DJ를 비판할 때 강조해오던 얘기를 직접 DJ에게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DJ는 "이번 총선 결과가 좁은 나라에서 동서의 간격을 더욱 넓혔다" 며 "민족과 나라의 장래를 위해 영.호남 화합이 정말 중요하고 두 사람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 강조했다고 朴대변인이 밝혔다.

이에 대해 YS는 "지역감정의 골이 깊어진 데 대해 가슴아프게 생각한다" 며 "내가 밖에서 金대통령을 비판했는데 만나서 못할 것이 없다" 면서 앞으로의 회동과 연락제의를 받아들였다.

◇ 앙금 해소〓먼저 "YS가 그동안 여러가지 서운한 점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다" 고 朴대변인은 전했다.

DJ는 진지하게 경청했다.

그러고는 "(우리 사이의)오랜 우정을 생각할 때, 서운한 점이 있었다면 내 마음으로부터 진심으로 가슴아프게 생각한다" 면서 "본의 아닌 것도 있었다.

오해를 다 풀고 옛날의 우정을 되살리자" 고 말했다.

朴대변인은 서운함 점이 무엇인지는 소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상도동 관계자는 "IMF환란 책임을 문민정권에 전적으로 넘겨 정치보복(姜慶植 전 부총리 구속 등)을 했다는 게 YS의 생각이며 차남 현철씨 사면.복권문제도 불만" 이라고 전했다.

특히 金대통령은 "우리나라 민주화에 대한 공헌, 군의 정치적 중립, 금융실명제 등에서 대단히 큰 업적을 남겼다" 고 YS를 평가했다.

5공시절 YS의 23일간 단식투쟁을 꺼내고 "거기에 대해 존경한다" 고 격찬했다.

그런 다음 두 사람은 "우리는 정말 오랜 정치적 동지관계였다" 며 과거 민주화투쟁 시절을 회고했다.

DJ는 "앞으로 자주 만나고 필요하면 전화도 하면서 협력해 나갔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이에 YS도 "전적으로 동감한다" 고 화답했다.

박승희.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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