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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범 의문사위 위원장 발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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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상생(相生) 어쩌고 떠드는 사람들 정체부터 의심해 봐야 한다."

한상범 의문사진상규명위원장이 17일 친일 문제와 관련, 정밀한 증거 제시 없이 독설 보따리를 풀었다.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이 주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 특별법'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여해서다. 최 의원이 발의 예정인 이 법안은 일제로부터 훈작을 받거나 향후 구성될 친일진상규명기구에 의해 중대한 친일행위자로 결정될 경우 그 당시 축재 재산을 국가가 환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토론에서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은 송병준의 후손들이 토지 소유권 반환소송을 진행 중인 것을 언급하며 "흔히 상생을 얘기하는데 그 사람들(친일파)은 우리를 살려줬느냐"고 말했다. "그들은 일제 때 우리 독립투사를 때려죽이고, 해방 후에도 쏴죽인 사람들"이라며 방청석을 향해 "(상생 주장을) 믿지 마라"고도 했다.

그는 "지금 친일파 숙청을 얘기하는 것은 이것이 일제 36년 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 자들이 미군정 때부터 실세를 장악해 비판세력을 좌익.용공.빨갱이로 몰아죽였다"고 했다. 이어 "그 세력들이 지금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나라가 망한다는 식으로 떠드는데 보안법으로 나라를 지키는 국가가 어디 있느냐"고 화제를 돌렸다. "목숨 걸고 지킬 만한 나라가 돼야 지키지, 자유민주주의라 해서 다 때려부수고 죽이고 잡아 가두는 그런 정부를 어떻게 지키느냐"는 말도 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들에 대해서도 민감한 발언을 쏟아냈다. 우선 "해방 후 친일파들이 은닉한 일제 잔당의 보물.금은붙이 등이 이승만을 돕는 정치자금이 됐다"며 "이 부분을 먼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한.일 협정 교섭을 하며 일본 업계로부터 6600만달러를 받았다"고 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12.12 쿠데타를 할 때 일본 대사관에 미리 알렸다"고 주장했다. 사법부와 검찰에 대한 공격도 피해가지 않았다."(건국 직후) 우리나라의 법원.검찰을 장악한 법조 관료가 누구냐"며 "대개 친일파인 이들이 정부 수립 후 당시 (친일파 관련) 땅 소송을 말아 먹었다"고 했다."한국전쟁 후에는 피란민.고아 주라고 온 원조물자를 다 말아잡수시고 벼락부자가 됐다"고도 주장했다.

친일.과거사 문제로 열린우리당과 대립 중인 한나라당은 즉각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임태희 대변인은 "대통령.총리가 막말을 하더니 의문사위원장까지 막말을 내뱉고 있다"며 "이런 편협한 시각을 가진 사람이 의문사위원장이라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의 유기준 의원은 "재산환수법은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소급입법"이라고 비난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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