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부총리 과연 필요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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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재정경제부장관과 교육부장관의 부총리 승격 작업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데 따라 정부기능조정위원회가 구체 방안을 마련해 어제 공청회를 열었다.

해당 부처들도 때를 맞춰 부총리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조직 개편안까지 내놓는 등 정부는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작은 정부론' 공약을 내세운 金대통령이 경제.통일 두 부총리 자리를 없애는 등 정부 조직을 개편한 지 2년 만에 다시 부총리제를 부활시키겠다며 밝힌 이유는 효율적인 정책 추진과 국가 경쟁력 강화다.

우리는 정부가 비슷한 이유를 내세우며 정부 조직을 없앴다 다시 만들었다 하는 것 자체를 새삼 단견이니 혼선이니 하며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정부 조직 운영에 시행착오가 있다면 서둘러 바로 잡을 일이고 국가 경쟁력 강화는 우리의 지상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경제부총리 부활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보인다.

그동안 경제정책은 일관성이 없고 부처간 혼선이 잦아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자주 받아왔다.

하지만 교육부총리 신설에 대해서는 과연 필요한가 하는 의문을 갖는다.

정부기능조정위와 교육부는 인적 자원 개발 기능이 부처별로 분산돼 종합적인 기획조정과 지원 체계가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학교교육은 교육부, 직업훈련은 노동부, 과학기술인력은 과학기술부로 나뉘어 있어 비효율과 갈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같은 문제는 꼭 부총리가 있어야 풀리는 건 아니다.

부처간 유사.중복 기능이 있다면 조직을 통합하면 될 것이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국무회의나 총리의 조정 기능으로 가능할 것이다.

인적 자원 개발 문제를 둘러싼 부처간 갈등은 환경과 산업정책간에서처럼 본질적 충돌이라기보다는 부처간 이기주의적 측면이 강하다.

그런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부총리 자리를 신설한다는 것은 옥상옥이고 정부 조직을 비대화하는 비효율을 가져올 뿐이다.

또 교육부는 학교교육 하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인력개발의 기초부문에서부터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아무리 지식기반 사회가 강조되는 시기지만 교육부총리 승격으로 전인적 인력관리라는 구상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정부 기능 조정에서 특별히 신경써야 할 것은 비효율과 낭비를 경계하는 일이다.

국정의 성패는 조직에 있지 않고 올바른 판단과 실현 의지에 있다.

여성특별위원회의 승격 문제도 그런 맥락에서 결정해야 한다.

또 경제부총리를 신설해도 왕년의 재경원처럼 권력이 집중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경제부총리 기능은 정책간의 연계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인력.예산 등 현 정부 체계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종합 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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