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작가 6명의 단편모음 '독신'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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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신 인 여성작가 6명이 '독신(獨身)' 이란 공동테마에 맞춰 쓴 단편을 모은 테마소설집이 나왔다.

'독신' 에 글을 발표한 작가는 김현영.류소영.박자경.윤애순.이신조.전혜성씨등. 모두 90년대 후반에 등단, 주목을 받고 있는 전업작가들이다.

이들은 최근 독신이 늘어나고, 독신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진 세태를 소설로 풀어보자는 취지에서 모였다.

이들 중 김현영.류소영.이신조씨는 20대로 미혼, 나머지 3명은 기혼이다. 독신의 삶에 진지한 것은 기혼자들이어서 이채롭다.

영화화되기도 한 '마요네즈' 의 작가 전혜성(40)씨는 '섹스에 관해 너무 지껄인 다음날' 이란 작품에서 독신여성의 외롭지만 당당한 삶을 그렸다.

여자주인공이 독신으로 살아가는 데는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살며 느꼈던 푸근함과 풍요로움이 너무 크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인 주인공은 "개인적이지 않고는 자유롭지 못하다" 는 생각에서 독신으로 살아간다.

그는 결혼한 친구들이 뼈저리게 후회하는 얘기를 들으며 독신을 확신한다.

그러나 허전함은 채울 수 없어 폭식을 한다. 선을 보기도 하지만 할머니의 푸근함을 느낄 수 있는 현실이 없음을 재확인할 뿐이다.

반면 미혼 작가들은 독특한 아이디어로 독신의 의미를 풀어갔다.

김현영(27)씨는 '웨딩 웨딩 드레스' 라는 작품에서 '결혼한 독신' . '계급으로서의 독신' 이란 새로운 개념을 선보인다.

결혼은 했지만 성생활을 비롯해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하지 못하는 여자주인공은 '사실상 독신' , '결혼한 독신' 이다.

그녀가 만난 또다른 여자는 돈도 없고 능력도 없어 결혼을 못하는 경우다.

이 경우 독신은 '신종 프롤레타리아트' 라는 계급이라는 것이다.

6명중 가장 젊은 이신조(26)씨의 '콜링 유' 는 매우 독특하다. 주인공은 돈을 받고 모닝콜을 해주는 미혼의 여성이다. 모닝콜을 받아야하는 사람들 역시 '깨워줄 사람' 이 없는 독신들이다. 여자주인공은 새벽에 모닝콜을 마친 뒤 수면제를 먹고 잠드는 생활을 반복한다.

독신이라는 의식보다는 그냥 무의미하게 혼자 살아가는 도시 여성의 삶이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살아가는 독신녀들이 등장해 각각의 생각을 말해주는 옴니버스식 구조다.

독신이라는 자부심, 그러나 그 속에 감춰진 허전함 역시 소설마다 다르다.

평론가 손정수씨는 "독신이 하나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신은 젊은 여성이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을 주제다.

이런 테마로 여성작가들이 함께 글을 모아낸 것은 문학이 대중과 더욱 가까워지려는 시도의 하나" 라고 평가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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