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의 선택 ‘Top Pick’] 중국 경기회복 훈풍 … ‘용광로’지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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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철강산업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내년 세계 철강 수요는 2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서부 대개발 등을 통해 내수시장을 확장하면서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고 동남아시아 등 개도국의 성장도 이어질 것이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재정 확대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며 침체됐던 수요가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수요가 증가하면 철강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간 철강 가격을 억눌러 온 것은 전 세계에 산재한 노는 설비들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원료 가격 상승 폭만큼은 철강 값이 오를 것이란 판단이다. 올해 철광석·원료탄 등 주요 원료 값이 크게 떨어졌던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내년에는 원료 값이 상당한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처럼 주변 환경이 좋아질 경우 국내 철강업계가 받는 혜택은 더 클 것이다. 엔화 강세 때문이다. 올 1~10월 한국의 철강 수출량은 1679만t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5% 줄었다. 하지만 중국으로의 수출량만 따지면 433만t으로 오히려 33.7% 증가했다. 올 9월까지 중국이 전 세계로부터 수입한 철강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 증가했다. 하지만 일본으로부터의 수입량은 20% 감소했다. 아시아 철강 시장에서 한국 업계가 엔고로 인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도 달러화 약세, 엔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아 고급 철강재 시장에서 국내 업계의 점유율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철강 업종 내 최선호주(톱픽)로는 포스코를 제시한다. 포스코는 올해 전 세계에서 가동률과 수익성이 가장 빠르게 회복된 업체다. 금융위기에 이은 경기 침체로 고로 가동률은 1분기에 73%까지 떨어졌지만 2분기 85%, 3분기 92%로 빠른 속도로 회복하더니 4분기에는 100%에 도달했다.

뛰어난 원가 경쟁력에 엔화 강세가 더해지며 가격 경쟁력이 한층 높아진 게 빠른 회복의 원동력이었다. 여기에 중국에 가까운 지리적 이점도 작용했다. 포스코의 수출량은 금융위기 이후 한달 60만t으로 급감했으나 올 2분기부터는 90만t으로 늘었다.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많은 양이다. 내수 판매량도 3분기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국내 자동차·전기전자 업체들의 경쟁력이 향상되고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철강 판매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생산량 증가와 수출 가격 상승에 따라 포스코의 올 4분기 영업이익은 약 1조7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포항 4고로를 개수하고, 광양과 포항의 제강 능력이 향상되면서 조강 생산량이 약 3300만t으로 7.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은 약 6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96% 증가하고 영업 마진도 22.7%로 높아질 전망이다.


또 내년은 포스코가 글로벌 철강사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지난 수년간 추진해 왔던 인도제철소가 연초 착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에는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트우스틸과 합작으로 600만t 규모의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동남아시아는 차세대 성장 시장이다. 이 지역에 제철소를 건설한다면 시장을 선점하고 광산도 확보해 성장성과 수익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신윤식 메리츠증권 소재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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