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배 고교야구] 강원 야구 "달라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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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산불로 지친 강원의 마음을 고교야구가 달래줬다."

강원대표 속초상고와 춘천고가 제34회대통령배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나란히 8강에 진출,지난달 큰 산불로 지친 도민들의 마음을 달래주며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불어넣고 있다.

53개 고교팀 가운데 매년 약체로 분류되며 '야구불모지'란 이름표를 달고다녔던 강원야구는 지난해 춘천고의 전국대회 결승진출(청룡기)에 이어 올해 전국대회참가 3년째인 속초상고가 대통령배 8강에 진출,'약체'라는 이미지를 말끔히 씻고 고교야구의 '주도세력'으로 인정받게 됐다.

1970년 개교한 속초상고는 97년 12월 야구팀을 만든 햇병아리팀이다.

아직 야구졸업생이 없고 3학년이 속초상고야구 원년의 주인공들이다.90년대초반 속초지역의 영랑초등학교와 설악중에 야구부가 만들어지면서 주민들의 야구에대한 애정이 커졌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야구부를 창단했다.

창단초반 의지는 좋았지만 시련도 많았다.98년에는 전국대회 출전조차 못했고 99년 딱한번 1회전을 통과했다.경험도 없었고 다른 고등학교의 3분의2정도인 21명의 선수만으로 팀을 꾸려나가다보니 팀 전력이 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99년 11월 최성호감독 부임이후 하루 12시간씩 강훈을 거듭하면서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갖추며 팀이 달라졌다.

속초시는 학교안에 운동장을 만들어줬고 동문들도 모금운동을 통해 야구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정성이 올해 첫 출전한 대통령배에서 천안북일고와 중앙고등 전통의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8강에 오르는 밑거름이 됐다.

3일 부산고와의 8강전에는 전교생 1천2백명 가운데 4백명이 상경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목이 터져라 교가를 부르며 하나로 뭉친 그들의 몸짓에서 산불로 입은 상처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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