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연정 어떻게 하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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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993년 8월의 호소카와(細川)내각 이래 일본은 연립정권이 이끌고 있다. 외형상 제2차 하시모토(橋本)내각과 오부치(小淵)내각 초기만 자민당 단독 집권시기다.

이때도 다른 당과의 협조가 불가피했다. 중.참의원의 여소야대 때문이다. 일본의 연정은 내각참여.정책협정 등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각내(閣內)협력.각외(閣外)협력.정책연합(부분연합)이 그것이다.

각내협력은 연정을 구성한 당들이 정책협정을 맺고 내각각료직을 나눠 맡는다.

각외연정에선 각료직을 나눠 맡지 않는다. 정책연합은 협정을 맺지 않지만 정책별로 협조하는 것이다. 1일 김윤환(金潤煥)민국당 대표대행이 밝힌 정책연합은 두세번째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각외협력은 제2차 하시모토내각 당시의 자민.사민.신당 사키가케의 협조관계가 유일하다. 사민.사키가케 1차내각 때는 각내협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96년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하자 2차내각 때 각외협력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권에는 참가하고 싶지만 각내협력의 경우 당의 독자 색채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민당이 과반수(2백50석)를 차지한 것도 아니었다. 사민당.사키가케의 협조 없이는 정권유지가 위험했다.

그런 의미에서 3당의 각외협력은 권력놀음의 산물이다. 사민.사키가케는 여당의 '단맛' 을 계속 볼 수 있었고 자민당은 내각불신임안을 부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책연합은 99년 1월 자민.자유당 연정부터 그해 10월 자민.자유.공명당 연정이 탄생하기 전까지의 자민.공명당 협조관계다.

자민당은 자유당과 손잡은 후에도 참의원의 여소야대로 국회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중도보수인 공명당을 정책 파트너로 택했다. 반면 공명당은 '정책당'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자민당과의 협력에 나섰다.

그러면서 지역진흥권(상품권) 배포 등 자신들의 정책에 자민당의 협조를 얻어냈다. 야당으로 남아 있으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자민당은 국기.국가법 등 현안 해결에 공명당의 지지를 받았다. 정책별로 두 당이 손을 잡은 셈이다. '

연대 형태가 어떠했든 6년간에 걸친 일본의 연정은 상반된 평가를 받는다. 정당이 노선보다 권력의 논리를 따랐다는 비판이 있다. 이합집산이 거듭되고 수많은 정당이 창당됐다가 소멸된 것은 이 때문이다. 반면 연정을 통해 정책결정 과정이 투명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연정 내의 견제와 균형 때문이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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